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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수필-]티베트 촌보 (寸步) 2) 삶 삶 삶 (하)/신덕재

2) 삶 삶 삶 (하)


어떤 이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을 다 가진 티베트 사람들, 그들은 말한다. 당신들은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어서 그것들을 잊을 수 없기에 행복할 겨를이 없는 것이라고.”
삶의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빛남에 있는 듯 하다. 내 영혼의 빛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황금빛 들판을 바라보니, 눈이 가는 곳마다 희미한 잿빛만이 비친다.


얄롭창포강 강가 호젓한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간이음식점에 손님이 우리 뿐이다. 짬빠를 먹고 싶었지만 티베트족 주방장 아저씨의 호의로 내가 가져간 라면과 햇반을 요리해 주어서 짬빠 먹을 기회를 놓쳤다. 요새 티베트 음식점의 음식 대부분이 중국화(中國化)가 돼서 전통 티베트 음식을 먹을 기회가 적다고 한다. 반세기의 합병이 음식문화까지 뒤바꾸어 놓았다. 아쉬운 일이다.
시가체(Shigatse 日喀則)에 도착했다. 고도 3500m의 시가체는 티베트의 제2도시로 인구가 5만이라고 한다. ‘토지가 풍부한 정원’이라는 뜻의 시가체는 티베트 서남부 농축산물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얄롭창포강과 그 지류인 남체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 퇴적평야가 넓게 펼쳐져 토지가 비옥하고 농축산이 풍부한 시가체에는 겔룩파 6대 사원 중의 하나인 타쉬룬포(Tashihunpo)사원이 있다. 타쉬룬포 사원을 들어서면 전면에 넓게 펼쳐지는 병풍 같은 산에 오색기로 뒤덮인 타르쵸(경전이나 소원을 천에 적어 바람에 날리는 것)를 볼 수 있다.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은지 온 산을 타르쵸가 뒤덮고 있다. 안에는 높이 26m, 어께 넓이 11.5m인 금동불 미륵좌상이 있다. 여기에도 많은 참배객이 1각(角)짜리 지전(紙錢)으로 앞날에 행복과 좋은 환생을 기원하고 있다. 나도 무엇을 기원할까 생각하다가 준수하게 생기고 덕이 많아 보이는 스님에게 다가가 어리석게도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합장하며 바보처럼 씩 웃어 보였다.


장체(Gyantse 江孜)로 가기 위해 시가체 시내는 보지도 않고 달음질 쳐서 장체로 향했다. 장체는 고도 4000m에 위치한 티베트의 제3의 도시다. 제3의 도시라고는 하나 시내에 신호등이 하나 밖에 없는 조용하고 조촐한 도시다.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사방 500m가 시내 전부다. 그런데 장체호텔에 들어가니 관광객이 차고 넘친다. 관광객이 많다는 것은 이곳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우정공로가 네팔과 이어주는 길이라고 하면 장체의 S204 국도는 인도와 이어주는 국도이다. 그래서 티베트와 인도를 관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요충지다. 또 장체에는 백거사(白居寺)가 있다.


백거사는 티베트의 다른 사원과 다른 점이 많다. 정문을 들어서면 광장이 있고 정면에 대법당이 있다. 대법당 앞쪽에 본전이 있어 석가모니 삼세불이 안치 되어 있다. 티베트의 다른 사원과 달리 이 곳 대법당에서는 고승이 불법을 설파하면  모든 승려들이 이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를 하면서 교리를 넓혀 간다고 한다.


백거대탑을 돌아 광장에 나오니 개(犬)들이 팔자 좋게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다. 이곳의 개는 게으른 승려가 죽어서 환생한 것이란다. 개로 환생했을망정 이승에서 승려였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달리 남다른 대우를 받는다.
티베트에서의 승려는 종교인이라기보다는 모든 티베트인의 삶 그 자체인 것 같다. 오체투지를 하는 것도, 1각(角)짜리 지전을 보시 하는 것도, 야크 버터기름을 보시하는 것도, 탈초를 거는 것도, 타르쵸를 다는 것도 다 티베트 불교의 삶, 즉 고단한 현세보다는 다가올 내세에 대한 확고한 확신을 믿는 마음이 티베트인의 삶 삶 삶인 것 같다.  


4000m 고지의 지난밤 잠자리가 수월하지 않았다. 숨쉬기가 어렵고 두통이 오는 고산증세가 있었다. 그래도 이뇨제를 먹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고산적응에 좋지 않다고 한다. 벌써 3일이 지나고 4일째 들어가는데도 고산적응이 완전히 안된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코딱지에 코피가 묻어 나왔다. 이는 정상이라고 하지만 연 3일간 계속 코피가 나니 은근히 걱정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