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6번째
연애하기 (상)
요새 주변에서 후배나 친구들이 술좌석에서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세요” 라고. 취기에 하는 얘기라서 그냥 흘려버리기가 대부분이다. 근데 최근에 집요하게 묻는 후배들이 늘어났다. 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후배가 볼 때 내가 얼마나 심심하게 사는 선배로 보여서 그럴까? 내가 참 한심하게 보이는가 보다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선배로서 본받을 만한 것을 보여주지를 못했나하고 자책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후배였을 때에도 선배원장님들을 보면서 참 재미없고 단순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그 선배들의 삶이 다소 지루하게 보였다. 아니 어쩌면 다들 비슷 비슷하게 사는 것 처럼 보였다. 치과 진료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양한 취미나 봉사활동 대외적 활동을 하면서 다소 다른 삶을 산다 해도 어쨌든 비슷하다. 크게 성공하거나 실패한 선배들일지라도 노후의 삶이 그저 그런 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페이닥터 시절에 고민을 참 많이 하게 된다. 개업을 해서 선배들의 지나간 삶을 비슷하게 살 것인가하면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단조로운 삶을… 몇몇을 그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무던히 쓴다. 나는 다르다고 자부하면서. 하지만 어떻게 살든 어디서 살든 사람사는 삶의 형태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 다르게 살려는 것 자체도 큰 욕심이리라.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 것도 또한 어려운 욕심인 것처럼.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연애를 하라고 조언을 했다. 학생때 공부하기도 바쁜 시간에 우리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연애를 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연애를 할때의 그 기다림, 떨림, 안타까움, 열정 등을 기억할 것이다. 그 때의 그 흥분을 다시 일으켜보라는 것이다. 연애에는 필수조건이 있다. 시간, 돈, 체력 등은 기본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 나를 흥분시킬 만한 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 애인 구하기. 옛 애인을 다시 찾을 수도 있고… 그 때 처럼 흥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새 애인을 구한다. 이 세상에 없는 아주 새로운 새 애인을 만드는 것은 정말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옛 애인을 통해 새 애인을 구할 수도 있다. 사실 나를 흥분시킬 만한 나만의 사랑하는 그 무엇을 구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리고 나를 흥분하게 만들기도 쉽지 않고 너무 흥분해서는 이 나이의 혈압이 견뎌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 때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 옛 애인을 찾으면 새 애인도 찾을 수 있으리라. 옛 애인이든 새 애인이든 대상을 찾았으면 그 자체로도 기쁨이리라. 하지만 애인을 만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인지라 금새 지겨워지게 된다. 사랑에너지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불타오른 만큼 쉽게 처음같지 않게 식을 것이다. 그러니 연애를 오래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둘째, 연애하기. 쉽게 헤어져서 아쉬워 하지 않으려면 예전에 연애할 때 처럼 노력을 해야한다. 이 나이에 무슨… 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진짜 사랑하는 무언가를 얻으면 최선을 다하게 되고 혼신의 노력을 하다보면 진짜 사랑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분명 사랑을 잘 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쓰디쓴 맛도 많이 느껴 보았기 때문에 더 잘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맛을 보지 못했다면 이제 그 맛을 보는 것도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한다. 중년에 찾아온 사랑은 끊기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너무 정열이 뜨거운 나머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그 또한 주책이 될 수 도 있다. 주변에서 뭐라 그러든지 말든지 라고 하면서 주위 눈을 의식하지 않으면… 쩝… 하지만 한편으론 그러고 싶은 욕심도 은근 생기기도 한다. 젊은 청춘 못지 않게… 아니지 더욱 뜨겁게 사랑하리… 심장이 다 타도록… 한 줌의 재가 될 지언정….
<다음호에 계속>
허준호
중랑구 서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