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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번째) 연애하기(하)

제1537번째


연애하기(하)

 

<1829호에 이어 계속>

옛 애인의 전화 그리고 절규


나에겐 오래된 애인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의 청춘과 열정을 불살랐던 애인이다. 그 옛 애인이 최근에 전화를 했다. 나는 설레이는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뛸 듯이 기뻤다. 두근두근하기고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었다. 전화내용은 이러하다. 다시 한번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가끔은 생각나기도 하고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그 열정이 사라질 뻔하고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나의 젊음을 뜨겁게 했던 그 장소-
연구실은 얼굴이 바뀐 상태였다. 예전에는 별관이라고 해서 기초연구동이 학교본관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행정실과 강의실과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동선이 길었다. 멀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왕복하며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도 되곤하였다. 그래서 별관 연구실에 있을 땐 따로 운동이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실험연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치과재료와 생체의료공학에 관심이 많았다. 저널을 보고 실험구상을 하고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느 날인가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나서 갑자기 머리 속에 새로운 실험구상이 떠올랐다. 다음날 출근해서 실험해도 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그 결과가 궁금해서 다음날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별관연구실까지 갔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경비원 아저씨가 타박한다. 하지만 나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의 그런 실험연구와 창작에 대한 사랑은 그당시 그렇게도 깊고 컸었나보다.


그런데 이번에 전화가 와서 가본 연구동은 새로이 세련된 건물로 바뀌었고 새로운 실험장비도 많이 들어왔다. 옛 애인이 이전보다 더 멋있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기대도 되었다. 새로운 만남이라서 어쩌면 새 애인을 맞는 기분이기도 했다. 약간 어색했지만.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치과대학이 대학원제(치의학 대학원)로 바뀐 뒤부터 졸업하면서 기초교실에 남는 사람이 없다. 치과대학의 기초학이 완전 고사되기 직전이다. 아니 고사된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과 1학년 때 기초학 실험시간에 치과대학출신 조교가 없다. 새로 입학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도 치과대학 출신이 거의 없다고 한다. 새로운 연구동에 오래 있지 않아서 잘 파악할 수 없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치과의사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나은 치과재료가 국산으로 나오기를 바라고 생산되면 다들 사용할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치과생체재료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분야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재료의 조직학적 반응, 약리학적 기전, 미생물학적으로 과연 우식세균을 억제할 수 있나, 생화학적 반응, 예방적인 기능 등… 상아질과 법랑질을 세포학적으로 체외에서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그리고 재료의 연구는 치과재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발과정에 생체의료재료의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기초학문은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우주공학이나 과학이 발전한 구소련의 이야기가 있다. 경제적으로 매우 불리한 조건이고 연구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낡은 장비로 끝없이 데이터를 만들어내었다. 말도 안되는 장비로 기계가 고장날 정도로 계속 돌린다. 필요없을 것 같은 데이터를 계속 만들어 내고 결과물을 창출한다. 옆에서 보면 한심하다. 저 장비로 저런 한물간 데이터를? 하지만 그것이 구소련의 과학을 발전시켰다. 아마도 경제적 원조가 충분했으면 더 발전된 자료가 나왔으리라. 우리나라의 치의학 기초가 그러하다. 다들 열심히 하려고 했었는데… 옛 애인의 절규가 나를 아프게 한다.

 

허준호

중랑구 서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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