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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번째) 동기예찬

동기예찬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처럼 약간의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서서히 움직이던 기체가 가속을 내며 거대한 몸통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드디어 이륙이다. 얼마 후 기체가 안정을 찾을 무렵 이상하게 내 두근거림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간밤의 술 때문인가? 울렁거림을 진정시키려 눈을 감았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그렇다 내 몸은 그렇게 시간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졸업 20주년 행사장인 제주 라마다 호텔에 도착해 그리웠던 교수님들, 우리 동기들, 현 동창회장이신 허영구 선배님과의 벅찬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아! 이 감격! 이제서야 나는 기내에서의 두근거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운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설레임이었으리라. 4월 17일 제주 라마다 호텔은 거대한 타임머신 캡슐을 타고 온 단대치대 5기 동기들과 교수님들이 어우러진 1980년대의 안서호 교정이었다.


교수님 한분 한분이 도착하실 때마다 모든 학생들이 진정어린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난 동기끼리는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그중에는 간간이 봐오던 다른 동기와 달리 20년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광호, 한상우와 조범호 형님 트리오와의 만남은 더없이 반가웠다. 하지만 회장이라는 직무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고 미안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회장으로서 지난 졸업 20주년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해왔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떠오른다. 실수투성이의 작년 총회를 뒤로하고 올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암담했었다.


 안승호 총무와 의기투합, 김정현 형님을 준비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각 지역의 비상 연락망을 재정비하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게다가 꼼꼼한 재무 홍식이와 충청지역을 맡아줄 용묵이가 합류하고 나니 이제 뭔가 되겠구나 하는 힘이 솟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우리의 영원한 정신적인 지주 덕한이 형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행사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교수님 포함 70명 가까운 인원, 논란이 가장 컸던 제주도의 1박 2일의 일정. 하지만 졸업 후 가장 많은 동기가 이 자리에 모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모든 것을 잊고, 10주년 기념행사를 못한 한(?)을 가슴에 안고 분연히 제주 땅에 착륙한 것이다.


우리 5기 동기가 자랑스럽고도 자랑스럽다. 실수해도 칭찬해주고, 수고 많이 했다고 격려해주는 동기를 보니 앞으로의 행복한 미래가 훤히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어야 한다. 우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치 장착하는 날이 치료가 끝나는 날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설명하듯이, 우리 모임도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오늘의 열기를 이어갔으면 한다. 오늘이 새로운 시작으로써 자리매김하고 지속적인 애정으로 융화되어 가면 10년 후에도 졸업 30주년, 더 나아가 50주년, 60주년 기념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는 치과대 앞 안서호수와 우리의 추억이 담긴 철길도 초대 해야지.


비록 제주도에는 부득이하게 참석 못했지만 기꺼이 20주년 행사비를 기부한 적지 않은 동기들도 우리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면을 빌어 진정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새로운 변화다. 동기들의 이러한 변화에 손뼉 치며 자축하고 싶지만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벅차오르는 감정이 교묘히 교차되면서 제주행 비행기에서와 같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변해야 한다. 힘들고 어렵고 귀찮아도 변해야 한다. 엘빈 토플러가 “변화란 미래가 현재에 침투하는 과정”이라고 역설하였듯이 결국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더 좋은 일들은 내일에 있으리”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는 꿈꿔본다. 미래의 당당한 주역이 될 우리 동기들의 늠름한 모습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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