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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2번째)‘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했다(상)

제1542번째

 

‘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했다(상)
-전생 이야기

 

기뻐하라. 가련한 자여. 오늘은 그대에게 그토록 그대가 알고 싶어 하던 것 중 하나를 이야기 해주러 아이아스가 왔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호기심에 좀이 쑤셔서, 이야기 하고 나면 더 알기 위해 어차피 일상에 성실할 수 없는 그대의 모습에 이제 아이아스도 지쳤다. 차라리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주리라. 학문에 대한 탐구열이 아닌 어린 아이의 단순한 호기심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다그쳐 봐야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기에 그대가 알아서 깨닫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 어처구니없이 많고 많은 그대의 호기심 거리 중 오늘 아이아스가 해 줄 이야기는 그대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가지만 약속 한다면 더 이상의 서론 없이 얘기로 넘어 가겠다. 일단 이야기가 시작 되면 그 어떤 가슴 아픈 일이 있더라도 그대는 절대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대에게 주는 아이아스의 유일한 숙제이다.


그대는 전생에 일본에 살았다. 무도관에서 인증한 자격이 있는 무사이자 시인, 닌자 이기도 했다. 그 어떤 주군도 섬기지 않고 특별한 소유도 꿈꾸지 않는 떠돌이 무사, 그것이 전생의 그대였다. 어려서부터 시와 검에 또래들 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인 탓에 유명한 무사의 제자로 들어가 검을 배웠지만 그대는 무도관의 시험을 통과할 꼭 그만큼 이상의 수행은 결코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대의 시짓기가 가장 성장한 것은 고되기로 유명한 그 수행 과정 기간이었다. 그리고 검사로서 인증을 받던 그날 그대는 스승에게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야반도주 비슷한 걸 한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대에게는 세상 거칠 것이 없었다. 열심히 수행을 하지 않았지만 인증까지 받은 정식 무사에 스승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 어딜 가나 대우가 나쁘지 않았고 시골마을에서는 촌구석 산적을 퇴치해서 마을의 영웅이 되기도 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재미있는 닌술로 동네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스스로의 무용담을 풀어내는 재주로 소탈하고 인간적인 영웅으로 마을 아가씨들과의 로맨스가 어느 정도 깊어진다면 주저하지 않고 예의 야반도주 비슷한 걸로 마을을 떠나 신비한 검사로 명성을 높였다.


간혹 진짜 무사를 만나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제법 있었지만 그때는 검을 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시인의 모습으로 무사들의 존경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대의 정체를 알아채고 도전해 오는 검사들에게는 닌술로 혼을 빼놓고는 자리를 피했다가 밤을 틈타 암습을 해서 해치웠다. 어차피 시골을 떠도는 무사들 수준이야 그렇고 그런 것이었기에 그대의 조잡한 시도 닌술도 꿰뚫어 볼 안목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그대의 명성은 조금씩 더 올라갔다.


몇몇 시골 마을에서의 소문 같은 명성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대는 무사가 되기를 원하는 청년들을 모아놓고 도장을 열기에 이른다. 어려서는 나름대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제대로 된 수행도 없이 떠벌리기만 능한 그대에게 타인을 가르칠 능력이 있을 리 만무 했기에 그대는 훌륭한 무사가 되기 위한 강한 정신력과 그 정신력을 단련하기 위한 시짓기를 중시하는 교습법을 만들어냈다. 이웃 도장의 반박이나 도전은 정신도 모르는 인간 백정으로 몰아붙이거나 스승의 위세와 무도관의 인증으로 그때그때 무사히 넘어갔다. 그래서 정신과 검의 일치를 추구하는 무사로 그대의 명성은 더욱 더 올라가 마침내 서울의 스승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처음에는 시골 마을의 허풍에 의해 부풀려진 소문으로 흘려들었던 그대의 스승도 ‘스승의 아들과의 후계자 다툼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떠난 실질적인 최고수"라는 소문에는 진노하여서 그대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게 된다. 당대 최고의 문파와 일개 시골 도장의 대결은 허망하게 끝이 나고 그대의 야반도주까지 예상한 동문들의 치밀함에 그대는 결국 포박하여 스승 앞에 꿇려지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

 

※등단을 한 후 전생의 저는 광대로 살았지만 현생의 저는 치과의사, 작가 모두로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담아서 쓴 글입니다. 아이아스는 제 인터넷 필명으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이름을 따온 제 아바타로 저 자신의 자신 있는 모습만 모았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다이몬입니다.

 

이승훈
이수백치과의원 원장
치과의사문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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