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6번째)
스물일곱 살 치과위생사 임상 수련기
27세, 치과위생사 3년차, 임상경력 3개월째. 이것이 저의 간단한 소개입니다.
‘처음 임상하면서 느낀 점이나 에피소드’라는 주제의 글을 의뢰받고 임상에 갓 나온 새내기이면서 나이는 조금 먹은 저는 한참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은 아는 것 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고, 배울 것이 많은 제가 감히 느낀 점과 에피소드를 쓴다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무직으로 2년을 근무하고, 임상으로 전환해 좋은 치과에(나이 먹은 새내기도 받아주신다는 감사한 치과) 취업해 근무한지 이제 3개월.
학생 때 실습복을 꺼내 입고 몇 년 만에 스케일러를 잡았을 때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작은 신음에도 심장이 쿵 떨어지고 손에 땀이 차오르는 그 느낌은 2학년 때 처음 환자를 봤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도 심했습니다.
30번대 구치부 prep assist는 왜 그리 불편한 건지, 원장님과 부원장님 진료방법이 다른 것들은 왜 그리도 헷갈리던지, 레진·bonding·cement 종류는 또 어찌나 많던지….
뿐만 아니라 지난 몇 개월 trimming하면서 치아까지 살짝 날아간 study model이 2~3개, 인상채득을 2번 이상 한 환자가 2~3명. 실수도 셀 수 없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병원에 계시는 원장님 외 치과위생사 선생님들께서 다행히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한 번에 무리하게 알려주기 보다는 단계 단계 밟아 나갈 수 있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첫 세달을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소아환자가 많지 않은 우리 병원에 토요일 오전 여섯살 혜영이가 왔습니다. 태어나 처음 치과에 온다는 혜영이는 쭈뼛쭈뼛 진료실로 들어왔는데요. 체어에 앉자마자 어찌나 울던지 방사선 사진 찍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첫날 치과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방사선만 찍고 귀가 조치된 혜영이에게 근처 소아치과를 소개해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머니께서 이 곳으로 오고 싶다고 하셔서 계속 내원하게 되었는데요.
한 달 후 혜영이는 웃으면서 손을 잡고 진료실로 들어오고, 알아서 키에 맞춰 눕고 예쁜 하마입을 하면서 진료를 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임상에 있는 기쁨인것 같습니다. 예쁜 아가 환자들이 치과에 대한 생각을 바꿔갈 때,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던 어머님, 아버님께서 기뻐하실 때, 아직 어린 중고생들에게 정확한 칫솔질 교육을 하며 나중에 생길지 모르는 잇몸병, 충치들을 예방할 수 있을 때….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는 사실 애매한 부분이 있어 사무직으로 있을 때 이에 대한 상담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막상 임상에 나와 보니 치과위생사의 업무가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개선돼 임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챙겨주시고 가르쳐 주시는 원장님, 선배치과위생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권혜리
약수연세치과의원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