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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번째) 짧은 유학생활에서 얻은 교훈

제1549번째

짧은 유학생활에서 얻은 교훈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외국 유학생활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요즘 세상은 변해버렸다. 과거에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비행기 한번 타기도 어려웠다는데, 세상이 정말 살기 좋아졌다.


나 역시 약 6년 정도를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었다. 계획에 의해 진행된 유학생활이 아니라 정말 그 모든 것이 나를 이끌고 가듯이 한 순간에 이루어졌다.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든 언어장벽에 맨 처음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몸짓, 손짓, 발짓, 온몸을 이용하는 바디랭귀지를 구사하여 외국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대부분의 유학생은 한국인들과의 접촉이 잦은 곳을 찾아가게 된다. 예를 들면 한인교회나 성당 등의 제일 단합이 잘되어 있고 한국인들과의 단체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왜 이런 곳으로만 모이게 되는 것일까?


그건 바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동안 프랑스어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기를 당하게 되는 확률도 낮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들은 굳이 유학생이 아니더라도 그 누구든 경험을 할 수 있다. 가령, 해외여행을 나갔는데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동양인이 지나간다면 자신도 모르게 “혹시 한국인이세요?”라고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외국인이 길을 잃어버렸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이 가장 먼저 물어 보는 말은 “영어 할 줄 아세요?”이다.


 그렇다. 우리가 외국에 갔을 때 겪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타지인 한국에서의 생활에 불편 없이 100% 만족하며 살고 있지는 않다. 물론 생활 차이에서 오는 불편한 점도 많이 있겠지만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바로 언어소통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솔직히 나 역시도 외국에 있으면서 손해를 봤던 일이 많이 있었다. 큰 문제들은 아니었지만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때문에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었다.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만약 한국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를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이용하여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말 조용히 지내며 산다. 몸 다치지 않게 운동하며 아프지 않게 건강에 신경 쓴다.
바꿔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내가 해외에서 겪고 느꼈던 것들 그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6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생각해 보면 난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감기, 몸살 빼고는 한 번도 다른 병으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치과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나갔다. 많지는 않지만 가끔 내원해서 진료를 받고 가는 외국인들이 올 때마다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내가 외국에 있었을 때 이에 문제가 생겨서 치과에 갔다면 외국인 신분이라 진료비가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았을까? 의사와의 소통이 원활하였을까?’라고 말이다.


 며칠 전 한 외국인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공연 때문에 약 3주간 한국에 체류할 예정이었는데 치아에 통증을 느껴 내원하였다고 했다. 나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어디가 불편한 지를 자세히 물어보았다. 진료를 해주신 원장님께서도 워낙에 영어를 잘 하시는 지라 진료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한술 더 떠서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진료 이상의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료 후 그와 대화를 가볍게 더 나누었고 그가 원하는 것이 심야쇼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동대문시장의 위치를 표기해 놓은 책이 있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더니 그가 나에게 “정말 내가 원했던 것입니다. 내가 여기에 가려고 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말해 주었다. 그 환자가 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 왔을 때는 단순한 치료가 목적이었겠지만 그가 병원 문을 나섰을 때는 치료 이상의 것을 얻어 갔을 것이다.


요즘은 의료관광의 여파로 외국인이 한국 병원에 방문하는 일이 많아져 전보다는 진료 문제점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외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문화에서 오는 차이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힘든 점은 물론 많겠지만 우리가 국내 인을 진료하는 것처럼 차별하지 않고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진료에 임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외국인진료에 대한 출발점이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동호
임피리얼 팰리스치과의원 경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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