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2번째
2010 월드컵 해의 여름풍경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06년을 거쳐 2010년이 되니 월드컵 축구 거리 응원이 이젠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된 것 같다.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적으로 약 4백만 명이 길거리 응원을 했다고 하니 한번 한다 하면 ‘훅!!" 하고 끓어오르는 우리나라 민족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대한민국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원들은 알아서 붉은 티에 청바지에 머리에 치장들을 하고 환자들을 응대하였고 이미 기성세대가 된 느낌인 원장인 나도 좀 어색했지만 붉은 옷을 입고 진료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신나게 이기는 명 경기를 펼치고 원정 팀 최초로 16강에 올라 10여일 동안 나를 비롯해 국민 모두를 유쾌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뭔가 표현하긴 어렵지만 예전 같은 열정보다는 허(虛) 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 응원에서는 2002년의 감동과는 좀 다른 것들이 느껴졌다. 길거리 응원에 큰 방송사나 여러 대기업들이 후원 및 편의 제공을 하며 자사의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월드컵에 집중된 국민의 시선을 이용하는 느낌이 들고 뭔가 순수한 감정을 흐리는 듯 했다. 또 다른 일면으로는 이번 월드컵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이 많은 것이다. 특히 치킨을 비롯한 배달업소들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전화가 불통이고 호프집도 예약이 불가능한 정도로 붐비고 늦은 시간까지 호황을 이루었고 붉은 티나 응원 도구, 소품, 우중 응원에 필요한 비옷 등 소위 대박이 난 몇몇 업체들도 있었다.
그러면 우리 치과의원들 입장에서는 어떨까? 2002년에는 정신 없이 응원하느라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한걸음 뒤에서 지켜 보니 우리 치과는 월드컵특수로 대박나는 업체 쪽은 아닌 듯싶다. 우선 신환의 수가 아무래도 줄었다. 주요 관심사가 월드컵이다 보니 치과치료는 뒤로 밀리지 않나 싶다. 다른 하나는 약속환자가 제시간에 오지 않고 펑크 나는 경우가 많았다. 새벽까지 경기 TV시청을 하거나 응원에 너무 집중해‘컨디션 난조?"로 약속된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인 것 같다. 이렇다 보니 치과 내 분위기도 평상시와는 다르게 약간 어수선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월드컵을 나름 잘 즐기고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시간들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축구라는 쉬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평소에 보통의 치과 업무로서만 시간을 보냈던 직원들과의 진료 외적인 유쾌한 대화, 소통의 자리, 집사람과 자녀들과 오래간만에 공부얘기가 아닌 격이 없고 오붓한 대화를 나누고 그 동안 소원했던 주변의 동료 원장들이나 지인들, 학교 선·후배와의 오래간만의 만남을 통해 그 동안 반복되던 지루한 주변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의한 형식적인 만남들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정감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월드컵이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이런 값진 시간을 좀더 확실하고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미리 준비한 게 별로 없었다는 거고 월드컵 이후 재충전된 우리의 열의를 어떻게 소진시킬까 하는 계획이 미흡하다는 거다.
이제는 꼭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나를 재충전을 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응원이든, 진료든, 병원경영이든, 인간관계든 뭔가 좋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상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쉼 없는 열정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겠다.
김현철
티플러스 베스트덴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