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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번째) 나의 특별한 연애담

제1563번째

 

나의 특별한 연애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려니 문득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님의 침묵 중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라는 시귀가 떠오른다. 누구나 청춘시절 한번쯤 첫눈에 반해 가슴 벅차게 좋아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연애담 하나쯤은 있었을 것이다. 헤어지면 바로 보고 싶어져 집에 돌아와 곧장 전화를 하면서 뭐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몇 시간씩 집 전화를 불통상태로 만들곤 했던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다. 가슴속 깊이서부터 지펴진 그 뜨거움을 젊은 날의 사랑이라 믿고 정열을 불태웠던 그런 시절 말이다.


이십여년 전 어느 봄날 난 우연히 알게 된 배드민턴에 반해 눈멀고 귀먹어 지금까지 뜨거운 연애중이다. 배드민턴에 대한 나의 무한 사랑은 나의 삶에 역동성을 부여한 에너지원이 되었고 그로 인해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만남들을 가져다 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되었다.
배드민턴에 빠져 지내던 시절 어찌나 열심이었던지 잠을 자면서 꿈속 스매싱을 하다가 옆에서 곱게 자고 있던 아내를 때려 엄동설한에 아내한테 쫓겨나 보기도 했었다. 내 삶의 최우선 순위를 그녀 배드민턴에 두었던 나는 분명 간이 큰 남자였던 것 같다.


내게는 배드민턴을 잘하는 선수들이 마치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처럼 여겨졌었다. 그들의 배드민턴 칠 때의 동작은 실제 어느 유명가수의 노래보다도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감미로운 음성보다도 훨씬 더 큰 감동과 환희를 주었고 청춘의 고통과 피땀을 통해 선수들의 몸에 밴 동작은 환상적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이용대 선수의 뛰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좋아하면 닮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나도 그들처럼 잘하고 싶어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했다. 이왕해야 하는 일이 좋은 일이면 무엇이든 부족하게 하기보다는 넘치게 하자는 평소 신념대로 열심히 즐기며 배드민턴과 사랑을 했다. 그 결과로 수년 후에는 각종 시·도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만 수차례, 더나가 전국대회에서도 3년 연속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우승하면서 아마추어 전국 랭킹 1위를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고 했던가. 그 무렵 미국에 가게 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이 있는 오렌지 카운티에 들렀을 때 50대 후반의 분으로 마치 배드민턴을 도인의 경지에서 치는 분과 대전 끝에 어이없이 지고 나서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대야망의 주인공 최배달선생의 ‘힘이 부드러움을 이길 수 없다’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앞으로 10년 뒤 내가 그 도인의 나이쯤 되었을 때 그와 비슷한 실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라켓을 든다.


좋아하고 사랑하면 의도하지 않고도 귀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안면도 남쪽 끝자락에서 촌놈으로 태어난 나였지만 배드민턴 덕택에 어느 나라의 대통령 영부인과 모국의 술탄(국왕)으로부터 여러 번 초청을 받고 후한 대접을 받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지난 정권의 대통령(전 모, 김 모)들과 배드민턴을 치면서 하이파이브를 해봤으면 ‘출세했다’ 혹은 ‘가문의 영광이다’ 이쯤 말할 만 하지 않을까? 배드민턴을 사랑한 결과가 참으로 많은 감투를 안겼고 그로인해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좋은 만남을 낳았다. 내가 아는 “사랑”은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이다. 누군가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삶의 액티비티가 넘친다. 배드민턴에 대한 나의 사랑은 잠재된 게으름을 부지런함으로 바꿔주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다 더 생동감 있는 생활을 하도록 보답한다. 사랑하면 마음이 예쁜 부자가 되고 그래서 뭔가 하고 싶어지는 창조로 이어지고, 창조는 곧 생명이며, 살아있는 그 자체는 역동성이 있을 때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명섭
천안 예쁜얼굴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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