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가족여행은 여러 번 했었지만 아들과 단둘이 그것도 15일씩이나 여행을 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사실 아들과의 여행을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떠났던 것은 아니었고, 한국 3M으로부터 인코그니토 어드밴스 코스에 초청을 갑자기 받았고, 문득 생각이 떠올랐을 뿐이고 이왕이면 아들과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내의 반대가 있었다. 이유인 즉, 개원 한지 2년도 안됐고 병원에서 벌이도 시원찮은데 무슨 여행이냐고, 그것도 2주씩이나. 하지만 지금 아니면 내년에 바쁜 중학생이 되어버리는 아들과 또 언제 여행을 해 보겠냐고 잘 설득을 해 동의를 얻었다. 물론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해야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막상 가겠다고 하니 아내가 놀란 눈치였다. 진짜로 갈 줄은 몰랐었나 보다.
여정을 보면 독일(프랑크푸르트, 배드 에센, 뷔르츠부르크, 로텐부르크, 퓌센), 오스트리아(인스부르크), 이탈리아(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바티칸, 피사, 밀라노) 스위스(인터라켄), 프랑스(파리) 마지막으로 영국(런던)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전형적인 유럽패키지 상품이었다. 다만 우리는 연수회때문에 같은 여행팀보다 독일에 먼저 가서 베드 에센에서 5일간 머문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합류하기로 했다.
여행 첫날 12시간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또 다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드 에센까지 한시간 정도 비행기를 탄 후 다시 버스로 1시간 정도 시골길을 달려 그 지역에서 자칭 최고급이라는 어느 호텔에 도착했다. 인코그니토 교정의 주요 개발자인 Dr. Wiechman의 교정치과가 있는 곳이다. 인구는 고작 5~6천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Wald호텔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정말 시골마을의 호텔이었지만 나름 시설은 좋았다.
같이 여행을 했던 연배 높으신 분께서 나중에 대학갈때 도움이 될지 모르니 인증사진을 찍어 놓으래서 현지 병원 미모의 교정선생님 Dr. Lindstaedt와 같이 사진도 찍었다.
독일 베드 에센의 어느 조그마한 식당에서 먹었던 수제 소시지 요리. 집 주인이 직접 만든다고 했는데 정말 예전에는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너무나 독특한 맛과 향이었다. 독일에서의 먹거리중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그런데 식사 후에 카드는 안 받는다고 하는 바람에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일행이 묵고 있는 최고급(?) 호텔 여주인이 직접 와서 대신 결제를 해주었다. 독일도 아마 지하경제가 상당한 모양이다.
베드 에센에서 4일간 인코그니토 설측교정 연수코스를 마친 후 프랑크푸르트로 다시 가 국내패키지 여행팀과 합류해 유럽여행의 일정을 시작했다.
아들과 단둘이 여행 온 것이 신기했는지 다들 이러 저것 물어보는데 정말 일일이 설명하고 대답하는데 애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분들이 우리 부자를 보고 혹 결손가정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스위스 어느 호텔에서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사진을 찍었는데, 들고 있는 책은 주인 할아버지가 직접 발간한 것이며 한국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한국의 정을 잘 알아서인지 식사 때도 밥은 추가 비용 없이 무한 리필을 해주셨다.
너무나 유명한 피사의 사탑에서 무너지는 탑을 맨손으로 막고 있는 두 부자. 탑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정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2주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 동안 브라켓 떨어진 환자, 철사가 찔려서 다른 치과를 전전했다는 환자, 이가 아파서 밥을 제대로 못 먹어 힘들었다고 치과 문 열자마자 들어 오셨던 환자… 정말 일주일 내내 여행 후유증으로 힘들었지만 아들과의 여행으로 느꼈던 즐거움에 비할 바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것이지만 부전자전이란 옛말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아들의 모습에서 내 자신의 싫어하는 성격과 행동, 그리고 고치고 싶은 단점(내가 생각하기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하필 내가 고치고 싶은 성격을 아들에게서 보게 되다니 운명인가 보다.
어쨌든 2주간의 긴 여행에서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서로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여행에서 찍어온 수 많은 사진들을 두고두고 보면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으니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을 가진 느낌이다. 혹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가지고 있는 아빠라면 아들과의 여행을 적극 권유해 주고 싶다.
주상환
서울 예이랑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