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힘,
나를 외롭게 만드는 힘?
‘인터넷의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는 말이 이제는 구시대 표현처럼 느껴질 만큼 인터넷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정보도 얻고 숙제도 하고 친구들과 비밀스런 이야기도 나누고 엄마 아빠는 모를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실생활에서 인터넷과 가까이 지낼 시간이 부족하다보면 커가는 아이들과의 공감대도 만들기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인터넷이 오히려 아이들과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치과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서도 인터넷의 힘은 대단하다고 느낄 만하다. 개원 초기만 해도 ‘어디 어디가 아파요, 왜 그런 거죠?’라고 물어오던 환자들이 이제는 치과에 찾기 전에 먼저 진단을 하고 치료계획을 세워서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도 높고, 어떤 환자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원장에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의 정보라는 것이 환자 본인의 상황에는 100%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보다 인터넷을 믿는 환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펼쳐진다.
치과의사의 하루는 환자를 만나면서 시작하고, 환자와 헤어지면서 마무리된다. 오늘 만난 환자들의 성향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좌우될 정도로 치과의사인 나에게 미치는 환자들의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 어쩌면 이러한 상황들이 환자들에게 치과의사의 역할을 오히려 점점 더 작아지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치료 상담을 받기 위해 찾던 환자들은 이제 “그런 정보는 다 알고 있는데요, 치료비는 얼마죠?”라며 잘라 말하기도 하고, “저렴한 치과도 많던데 여긴 왜 비싼 거죠?”라며 대놓고 흥정을 하기 일쑤다. 거기다 요즘은 현금영수증을 의무 발급하지 않으면 파파라치에 의해 신고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다 보니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하지만 거꾸로 외롭지 않은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인터넷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치과의사들이 주도하는 정보, 그리고 환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 다른 인터넷의 바다를 기대해 본다.
오랜 단골 환자들을 만날 때 느끼는 편안함, 치과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서 가족 같고, 친구 같은 편안한 느낌…나를 둘러싼 세상이 빠르게 진화해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의미, 나의 하루를 함께 하는 환자들에게서 오래도록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