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제1611번째) 아이폰 (상)

아이폰 (상)


휴대폰을 바꾸었습니다.


오래된 휴대폰의 익숙함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얼핏 보기에 요즈음 터치로 하는 스마트폰들이 꽤나 까다로울 거 같아 계속 미루기만하다 대세를 피할 수 없어 구매를 결심하였습니다.


요즈음은 물건 구입 시 뭐가 그리 까다로운지 디자인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만도 없어요.
통신사도 알아봐야 하고 같은 기종이라도 조건을 봐야 하고….


휴~~~~


그래도 기왕 새로움에 도전이다 싶어 과감히 아이폰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나이쯤 되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세뇌된 ‘애국주의=국산품 애용’이라는 공식이 잠재되어 있다 보니 외국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그 많은 생산품을 구매해 주는 다른 나라 소비자들을 상기하며 제 자신을 정당화 하면서 말입니다.


구매를 하는 과정부터 난관입니다.


남편과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들른 대리점의 상담자는 민낯에 청바지를 입은 허수레한 아줌마의 구매의도가 과욕이라 싶었던지 계속 “사용이 어렵고 불편 하실걸요”를 반복하며 단점만 설명하고, 좀 더 쉬운 제품을 자꾸만 권합니다.


그런 대화와 응대가 내 모습이 남들 보기 그리 문명에서 먼 나이든 사람으로 보이나 싶어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딸아이 살 때 같이 살걸… 그랬더라면 기다리지 않아도 돼고 이런 서러움도 없었을 걸 하고 후회가 됩니다.


난관을 극복하고 고집을 부려 주문을 하니 115차 발송이라는 문자가 오더라구요.


인터넷 구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내 것은 언제 오나 기다리다보니 새해가 되고 주문 후 3주가 지난 어느 날 드디어 “귀하의 핸드폰이 도착합니다”라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잘 사용하던 구형 핸드폰이 곧 새것을 받는다 싶으니 왜 그리 낡고 불편한지… 참 사람마음 간사하더라구요.


새것을 인수하러가기 전날 저녁 딸아이 ‘핸펀’으로 우선 전화 받기와 걸기, 문자보기 공부부터 했습니다. 당장 하루가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빠른 딸아이 손놀림을 보니 참 쉽습니다. 마치 학원에서 수학선생님이 풀면 문제가 쉬운데 집에 오면 다시 어렵듯이 나의 내일도 그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핸드폰을 만나기로 한 그날 전 공들여 화장을 하고 이쁜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뭐 새 핸드폰 만나기 위한 퍼포먼스는 아니구요. 대리점에 방문하여 이것저것 요금제랑 기기 사용시 주의점 등을 물어야 할 텐데 또 지난번처럼 새로운 문화 저편에 아날로그 지대의 사람으로 대우받을까 싶어 가능하면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순간이 왔습니다. 대리점 첫손님으로 방문하였습니다.


핸드폰을 인수하며 구형 핸드폰안의 자료를 좀 옮겨 달라했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 옮겨 주마하더니 1000개(구형폰은 1000개가 상한선이었습니다)가 저장된 전화번호 자료와 카메라안의 사진 등을 보더니 저를 힐끗 봅니다. 아마도 보험영업을 하나 싶은가 봅니다.


정지된 핸드폰을 핑계로 대리점 유선으로 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꽤 거만한 목소리로 “김선생 학교에 별일 없어? 나 조금있다 들어갈께?” 이러면 좀 더 모르는 것 자세히 물어도 괜찮겠지 하는 심리로 말입니다. 허세가 담긴 제 모습이 참 우습기도 하지요? 


이쁜 케이스도 주문하고 설명서도 받고 요금제도 정하고 잘 마무리 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황윤숙
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