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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번째) 아이폰 (하)

아이폰 (하)


<1905호에 이어 계속>

  

핸드폰을 들고 거리를 걸으면서 고민했습니다. 누구에게 첫 통화를 할까?


그래도 단축번호 일번이 남편이었는데 남편에게 걸어야지 신호음은 가는데 어라? 받질 않습니다. 2번에게 했습니다. 딸도 안받아요. 그리고 3번 물론 안받습니다. 이 실망감…


곧 딸이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전화 개통했어?”, “응, 잘 들려?”, “그럼 저녁에 일찍오세요. 제가 정리해 드릴께요” 통화 내용은 간단했지만 전화를 받았다는 기쁨과 새것을 가졌다는 유치한 심리가 어우러진 행복을 맞보았습니다.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간에는 텔레파시가 있나봅니다. 그렇게 많이 오던 전화가 절 도와 주느라 몇번 핸드폰을 꺼내 혹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정도로 냉장고였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귀가하여 기다리던 딸에게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먹는거 외에 카카오가 있는지 처음 알았고, 핸드폰 끼리 퉁하고 부딪치기만 해도 자료가 날아가고, 재미나고 유용한 어플들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의 뚱뚱한 엄지입니다. 도대체 눌러서 정확한 타율이 30%가 되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가로로 하여 새끼손가락으로 치면 겨우 70%의 정확도 입니다.


제 신체 여러 곳에도 필요하지만 지금 제게 가장 큰 고민은 엄지다이어트입니다.


페이스북의 친구들이 자신들은 검지도 뚱뚱하다는 둥 저를 위로 하며 각종 비법들을 들려 줍니다. 그중에 가장 유용한 정보는 천하장사 소시지를 깎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참 좋은 친구들입니다.


제가 아는 분들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인가 봅니다. 카카오에 접속하니 정말 많은 분들이 이미 그곳에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엄지가 뚱뚱한 제게 말을 겁니다. 속도며 정확도며 참 정신이 없습니다. 노련한 딸이 충고를 합니다. “엄마 다 답변 안하셔도 돼요.” 우리네 정서는 그게 아닌데 어찌 소식을 접하고, 말을 건네는데 그냥 있을 수 있을까 싶어 일일히 대꾸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다음날 하루 약속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반나절을 투자했습니다. 참 좋은 장난감이라 혼자 놀기가 좋았습니다. 장난감을 연수할 기회도 되었고. 부지런히 좌판 읽히고 타율도 높이고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고스톱도 치고…


저녁에 귀가하여 컴퓨터에 접속하여 몇 시간 노력한 끝에 그간 모아두었던 1300곡 가량의 노래를 옮겨 담았습니다.


드디어 나도 이어폰을 끼고 걷는 출근길의 간지(?)를 맞보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한영애가 애절하게 부르는 황성옛터를 들으며 자료들을 검색하다보니 학교에 도착하더군요. 정말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내려서 눈이 내린 교정에서 잠시 하늘을 보다 문득 지난 3일간의 저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택시 기사님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오가는 길 세상 구경도 하고, 시간이 여유 있으면 책을 보거나 다른 일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 핸드폰과 여유의 시간을 마주하였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소셜네트워크’란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세계 많은 사람과 친구지만 결국 한사람의 진정한 친구에게 버림 받는 인간을 보면서 느꼈던 서글픔이 지금 이 순간 제게 다가옵니다. 새로움 참 편리하고 좋은 것이지만 전 그래도 아날로그가 좋습니다.


자연이 선사하는 눈과 사람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제게는 음악인 것 같습니다. 제게 어울리는 음악을 잊지 않고 제 주변 삶 속에 유용하고 신나는 저 만의 아날로그 어플들을 찾아볼까 합니다.


황윤숙
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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