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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번째) 토끼의 추억

토끼의 추억

  

나는 어렸을때 추억으로 왜 보름달에 토끼 두 마리가 고운 한복차림에 절구질을 하는 그림을 동화책마다 그려 넣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 세상 많은 동물 중에 달의 주인공은 언제나 토끼 이외에는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는 바다에서 달리기 경쟁을 하지 않고 들판에서 산등성이까지 시합을 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분명히 물에서 사는 거북이에게는 확실히 불공정한 게임이었는데 왜 받아들여졌는지를 많이 생각했었다. 거북이가 토끼에 비하여 바보같이 느껴졌다. 모두가 토끼는 그 만큼 지략도 있고 꾀도 있어 사람에게 포근하고 거부감 없고 깨끗하면서도 귀여운 상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토끼에 대한 설화(說話)도 많고 오늘날 까지 우화(寓話)도 많은 것 같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용궁에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간을 빼놓고 왔다는 기발한 임기응변으로 탈출한 이야기, 자기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를 냇가로 유인하여 꼬리를 물속에 잠기게 한 후 호랑이 꼬리가 얼어붙게 해서 도망친 이야기 등 이런 모든 것들이 토끼를 지략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인간의 공통심리에서 온 것일 것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한 때 특별활동시간을 사육(飼育)반을 택한 적이 있었다, 이때는 농업 선생님 지도아래 한 마리 토끼를 책임지고 토끼장속에서 사육하고 토끼가 좋아하는 풀들을 뜯어다주고 잠자는 시간에서 물먹는 양까지, 토끼털의 변화모습, 빨간 눈동자의 변화 등을 관찰하고 심지어는 배설물의 모양과 양도 기록하여 일지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오늘같이 우리 사회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2011년 토끼의 해에 없어졌으면 한다. 내가 이 때 놀라운 사실을 체험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의 중학시절 내가 사육반에 들어 왔을 때는 분명히 크고 작은 토끼가 네 마리였는데 특별활동 농업선생님은 어떤 기술이 있었는지 1년도 안돼 22마리로 식구를 늘렸다. 네 마리 토끼가 22마리 새끼를 낳은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학교 사육장 시설도 좋았고 농업선생님 토끼 사육 지식과 이론도 완벽했겠지만 무엇보다도 토끼 자신이 왕성한 번식력의 DNA를 가진 동물임을 알았다. 또한 그 만큼 자연의 악조건을 견디는 힘도 강한 동물이 토끼인 것 같다. 그러기에 온 산천이 요즘과 같이 혹한과 많은 눈으로 덮였을 때 다른 동물은 활동을 못해도 하다못해 곰도 잠을 자는 겨울철에 산에서의 토끼는 활동을 한다.


밤새껏 눈이 내려 온 세상이 백설로 뒤 덮인 날이었다. 중학교 시절 호탕한 교장선생님은 그 날 하루 전교생 수업을 중단시키고 앞산에 일제히 토끼몰이를 나가게 한 추억이 아름답다. 그 날 지루한 수업 없어서 우선 좋았는데 신나는 토끼 사냥으로 온 산을 전교생이 뒤덮은 함성으로 눈 밭 속에서 5~6마리를 생포 또는 할 수 없이 죽게 해서 잡은 토끼들에 얼마나 환호했던가. 그 생각이 지금까지도 난다. 그야말로 산토끼의 반대말은 죽은 토끼도 되고 판 토끼도 되고 바다토끼도 되고 알카리 토끼도 된다. 어렸을 때는 산토끼의 반대말은 기껏해야 집토끼 또는 키토산이라고 답한 것이 가장 재치있는 답이었지만? …


이래저래 나에겐 토끼의 추억이 많다. 치과대학 예과 시절 동물학 여름방학숙제는 산토끼를 죽은 토끼로 만들어 골격표본을 만들어 제출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숙제인가는 성공한 친구가 없었다는 기억뿐이었기 때문이다. 산토끼든 죽은 토끼든 하여튼 만만치가 않다.

  

박승오
군포시 박승오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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