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편지 한 장을 받았다.
분명 나에게 보낸 편지는 맞는데 보낸 사람이 누군지 통 알수가 없다.
“김중현, 김중석이가 누구지?”
편지 내용을 보니
“삼가 아뢰옵니다. 저희를 낳아주시고 가없이 사랑으로 길러주신 아버님(김 청字 환字)의 고희를 맞아 어머님(최 경자 애자)을 모시고 저희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저희 부모님과 두터운 정을 키워 오신 어르신들과 친척 분들을 모시고자 하오니 기쁨을 나눠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아하! 청환이 형 고희연 초청장이구나. 중현이와 중석이가 청환이 형 아들들이구나. 지금까지 무심히 지냈으니 청환이 형 아들 이름을 알 턱이 있겠는가?
벌써 청환이 형이 고희네! 일흔 살이라는 거 아니어?
그렇지, 청환이 형이 나보다 다섯 살 많으니 고희가 맞기는 맞네.
그러고 보니 내 나이도 예순 다섯 살이네. 허참, 앞으로 오년만 지나면 나도 고희네.
청환이 형 고희연 초청장을 앞에 놓고 지난날의 내 나이를 돌이켜 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스물여덟 살까지 난 늘 이랬다.
“언제 난 사, 오십을 지나 환갑이 되지?”
“왜 사람들은 나를 매냥 애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어?”
“나이 스물여덟이면 어른인데 말이야!”
정말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 항상 어린애처럼 지냈다. 나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아저씨”라는 말을 들었다.
“아저씨 구두 닦아요!”
그날 이후 어설프기는 해도 난 “아저씨”가 됐다.
“아저씨”라는 말을 들은 후 언제 예순이 됐는지 모르겠다.
예순 살까지 무엇에 홀린 듯 쏜살같이 달려왔다. 이제는 머리도 희여졌고 주름살도 생겼다. 예순 살까지 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난 지금도 예순 살이라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아저씨”로만 지네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 내가 예순이 넘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여기 앉으시지요?”
허참! 이젠 내 나이도 자리를 양보 받는 나이가 되었네! 이런 일이 싫어 경로석을 피해 왔는데. 결국 자리를 양보 받고 마네 그려.
지금 청환이 형의 마음은 어떨까? 기쁠까, 애잔할까?
아마 나도 고희가 되면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지 않을까? 아니면 자식들의 대견함에 지긋이 미소를 지을까?
사람의 나이와 나이의 사람이 같았으면 좋겠다.
나이에 따라 후회나 기쁨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을 감고 잠시 무념에 잠기는데, 나의 또 다른 후배가 “형님! 고희를 축하해요!”라고 말 하는 듯하다.
신 덕 재
서울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