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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1번째) 거문도와 백도

거문도와 백도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 정도를 떠나서 여행 없이는 살수가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 웃음을 갖고 살 때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웃음(smile)을 비타민S라고 한다. 나는 여행(travel,trip)을 비타민T라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여행은 우리에게 휴식, 변화, 탄력을 주어 우리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 시대를 살면서 한곳에 머물러서 날마다 같은 굴레 속에서 일관된 생활의 연속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광활한 하늘, 아득한 수평선, 출렁거리는 파도, 장엄한 산맥, 산, 숲, 그리고 드넓은 들판…
대자연을 찾아 나서면 큰 숨을 한번 쉬는 것이다.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서 진실로 머물면서 우리를 반긴다.
숨을 쉬지 않고 살수 없는 것처럼 나는 여행을 하지 않고는 내 일상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숨을 쉬지 못하면 답답한 것처럼 내 눈에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않고, 내 가슴에 새로운 천지 기운을 담지 않고서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할 채비를 미쳐 못하는 것이다.
어디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면 저절로 휘파람 소리가 난다.


거문도와 백도!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다.
혹자는 아름다운 풍광이 전국 최고라 말도 한다.
바다와 하늘이 가슴을 맞대고 있는 그곳은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서 울림이 없고, 웅성거림이 없는 조용한 섬이다.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반짝이는 그 찬란함을 보고, 철썩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속세에 찌들린 온갖 피로를 저 멀리 떠나보내고 새롭게 빛나는 태양을 향하여 내 가슴을 한껏 펼쳐본다.


거문도는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에 있는 섬으로 고도, 동도, 서도 3개의 섬으로 되어있어 삼도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여수에서 쾌속정으로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이섬은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있는 섬으로 처음은 무인도들이 많아 지루한지 모르고 가지만 나로도를 지나고부터는 망망대해다. 한 시간쯤 망망대해를 가다보면 다시 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우리들은 오랜 세월 바람과 비와 파도와 함께 살아온 무인도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시인 이 진생은 바다 거기에 기쁨도, 슬픔도, 눈물도 온갖 詩像이 다 있다고 한다. 청정한 바다, 상,하백도 노루섬, 노적섬, 매바위, 형제바위…아름답다.
거문도는 이들 섬으로 감싸여서인지 아늑한 호수처럼 내해가 조용하다. 비릿한 바다내음, 자그마한 어촌 올망졸망한 집들이 너무나 한가롭게 보이고 하늘과 바다와 산속에 머문 평화의 마을이 곱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거문도 제 一品은 역시 수월산 터널이다.
수월산을 막 오르면서부터 동양최대의 등대가 있는 곳까지 동백나무로 둘러싸인 말 그대로 ‘동백터널’이 있다. 매혹적이었다. 동백꽃이 피는 계절이면 문자 그대로 동백꽃터널로 얼마나 아름다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문도 수월산, 수백년 된 동백나무로 이루어진 동백꽃 터널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걷다가 하늘을 보고, 걷다가 바다를 보고, 걷다가 꽃을 보고, 걷다가 새를 본다­<거문도에서 등대로 가는길­이 진생>. 터널 밖을 바라보면 낭떠러지 절벽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검푸른 바다, 고개를 들면 에메랄드빛, 쪽빛, 옥빛, 은빛의 바다가 하늘 끝에 닿아있다.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이렇게 여러 가지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등대옆 觀白亭이 있는데 사방으로 보이는 망망대해와 푸른 하늘은 모두가 비어있음을 보는 듯 해서 觀白亭이란 이름이 붙었나하는 내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다. 은백색 하늘이 비어있고, 푸른바다가 비어있고, 둘레에 있는 섬들이 거기 그 자리 머물면서 세속의 욕심을 비운 虛虛로움으로 보인다. 우리들 人生도 욕심을 비우고, 집착에서 자유로우면 텅빈 캠퍼스처럼 많은 가능성을 가질수 있을 텐데 우리는 너무 세속적 매달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도는 멀리서보면 온통 희뿌옇게 보인다 해서 백도라고 부른다고 하나 봉우리가 99개이고 百에서 하나가 모자라 一을 빼고 白島라고도 한다. 서방바위, 각시바위, 궁전바위. 매바위…가히 절경이었다.
나는 치과의사라는 전문 직업 외에 그림이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백도의 위용을 바라보다보면 하얀 캠퍼스에 큰붓 한자루가 얼핏 생각난다. 한바퀴 휘젓고 싶다. 절벽마다 바위마다 너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神의 손 로댕의 조각이 아니고 그 이상이다. 힘차게 거기 머물고 있는 절벽, 奇岩들은 태초로부터 영구히 이어온, 비바람의 세월을 머금은 天生의 作品, 神의 조각이다. 면면을 스치면서 쏟아내는 감탄사… 아! 멋있다. 표현 그것으로 너무 부족하다.
거문도는 1885년부터 1887년까지 2년간 영국군에게 점령되었고, 영국이 러시아의 조선진출을 막기 위해 불법 점령한 곳으로 청나라의 중재와 간섭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고, 이 사건이 그 유명한 거문도 사건이다.


평소 형제같이 지내던 고등학교 동기동창 연봉산악회 회원 및 사모님들과 함께 꿈속에 그리던 거문도 여행이었다.
大自然은 위대한 존재다. 무질서 속의 질서, 부조화 속에 조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인가 꾸밈없이 정지된 현상을 표현할 때, 自然스럽다는 말을 하는지 모른다. 대자연을 보면서 보이는 현상에 대한 대화나 변화에 대한 감동이나 여행을 통해서 얻는 정신적 영감은 우리들 개인의 성장의 동력이자 삶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 감흥은 심신의 평화는 물론 육체적 건강을 헤치는 질병의 침입을 막고 그리고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에 불과하다’라거나 ‘예술가는 대 자연의 연인이다’라거나 ‘自然은 善한 안내자다. 현명하고 공정하다’라는 명언들은 말 그대로 옳은 말이다.
비내리는 거문도 항구. 님은 가고 없는 실비 내리는 니케네의 항구처럼 쓸쓸하다.
1박2일의 仙境속에서 머물다 다시 속세로 돌아왔다. 가슴에 하늘과 땅과 바다의 기운을 잔뜩 담고 왔다. 이제 일상에서 다시 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전돼있다. 내일 또 어딘가 떠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축복을 기대하면서….

 

유태영
서울 유태영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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