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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6번째) 스승을 갖는다는 것

스승을 갖는다는 것

  

얼마 전 스승의 날 행사를 했다. 내가 당신들의 제자였듯이 나도 공직에 남아 교육을 시키다 보니 세 번의 스승의 날 행사를 했다. 나의 석사 지도교수님 모임과 나의 박사 지도교수님 모임 그리고 내 제자들이 마련해준 나를 위한 행사.


석사 때 나를 지도해 주신 스승님은 고희를 넘기셨으나 아직도 정정하시고, 내 박사때 지도교수님은 지천명을 훌쩍 넘기셨지만 열정 가득한 청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계심에 감사함과 더불어 부러운 마음을 가져보았다. 그리고 30대인 나의 제자들, 그 사이에 나는 이미 불혹을 지나 40대 중반의 스스로는 부족함이 많다고 느끼는 중년의 구강외과의가 되었다. 내가 모시는 스승이 계심에,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제자들이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매 해 스승의 날을 맞이 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보면 옛날과는 사뭇 다른 학교생활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아 보인다. 더구나 초등학교에서는 촌지근절이라는 이유로 한때는 스승의 날 학교를 휴교하기도 하고 자그마한 선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기에는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체벌이 죄악시 되는 세상이 와서 얼토당토않은 체벌은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학생과 선생님의 사이도 사적인 부분을 알아가기보다는 좀 더 공적인 관계로 바뀌고 심할 때는 무관심 속에 학문 전수자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벗어버릴 수 없다.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책 중 서울대 소비자학과의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스승을 제대로 두지 못한 지금의 대학생들 또래의 청년들이 열광하며 읽는 책이다. 그 책을 읽어 보니 나를 가르쳐주신 여러 스승님들께서 내게 해주신 이야기였고 내가 내 수련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 있는 내용에 흥분하는 젊은 이들에게 놀라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와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도 든다. 이것은 고등학교까지 인생을 배우기 보다는 학문만을 전수하는 역할로 그쳐있던 스승에 대한 생각이 대학을 가거나 사회에 나와서 좀 더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느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스승을 만나지 못하였더라도 책이 그들에게 스승의 역할을 해준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방영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해서 스타를 만드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멘토’라는 용어도 사실은 우리가 예전부터 써왔던 스승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멘토 (Mentor)는 트로이 전쟁 때, 오디세우스가 아들의 교육을 맡겼던 스승의 이름이다. 그는 오디세우스를 대신하여 오디세우스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은 물론 그의 성장에 필요한 모든 정신적 자산을 물려주며, 나중에는 왕위를 승계 받을 수 있는 자질과 능력까지 키워주는 역할을 맡았다. 학문을 전수하는 선생이상의 역할로 교육을 담당하고, 친구로서, 그의 인생 전부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었다.


이후로 멘토는 중요한 순간, 진퇴 기로, 판단, 결정의 시기에 훌륭한 지혜의 디딤돌을 놓아주는 사람으로 불리우며 신뢰할 수 있으며, 슬기롭고, 분별력 있으며, 판단과 결정을 올바로 내리도록 도와주면서 특정인의 인생을 바르게 인도하는 길잡이로서 스승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멘토의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 즉 제자, 후배 등을 가리켜, 멘토리(Mentoree), 프로테제(Protege), 멘티(Menti)라고도 한다


인생의 멘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멘토는 반드시 사람이어야 될 필요는 없다. 감명 깊게 읽은 책도 될 수 있으며 종교도 될 수 있다. 항상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도 좋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의 선배를 존경하고 나에게 영향을 끼친 책을 사랑하고 삶에 있어서 방향을 잡아간다면 스스로가 훌륭한 멘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치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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