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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번째) 봉사가 벼슬이 아닌데…

봉사가 벼슬이 아닌데…


봉사를 하긴 오래 한 것 같다. 1974년 학창시절부터 의료봉사를 했으니 근 40년이 되어간다. 1970년대 국내 의료봉사는 신바람 나는 봉사였다. 농어촌마다 서로 자기네 고장으로 진료를 와 달라고 성화를 했으니 말이다. 정말로 봉사 할 맛이 났었다.


요새 국내 의료봉사는 거의 사라지고 의료보험 때문에 환영도 받지 못 한다. 대신 해외 의료봉사는 종교단체, 각종 봉사단체, 여러 의치과대학교가 서로 가겠다고 벌떼 날듯 난리다. 나라가 그 만큼 잘 살게 되었다는 게다. 그런데 해외 의료봉사에 대해 말이 많다.


혹자는 말한다. 3~4일의 해외진료로 무슨 의료봉사가 되겠는가? 어떻게 3~4일 만에 병을 고친단 말인가? 이는 자신들의 낯내기 봉사지 진정 그 곳 사람들을 위한 봉사가 아니다. 이런 봉사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다른 이는 이렇게 말한다. 3~4일의 봉사가 어때서? 봉사를 안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더 좋아? 우리의 6·25 때를 생각해 봐. 힘들고 배고프고 아플 때 작은 도움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었는지를 6·25 경험을 통해 잘 알 수 있잖아? 봉사에 덧칠을 해서는 안 된다. 그냥 봉사 그 자체만으로 큰 뜻이 있는 거다.


어느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사랑·봉사·헌신을 내세운 열린치과의사회 고정 무료진료장소 여섯 곳 중 탈북자(새터민)를 위한 진료장소가 하나원이다.


하나원 진료를 할 때다. A선생님이 공중보건의로 하나원에 배치됐다.
처음부터 A선생의 진료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술도 그렇고, 환자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봉사 마인드도 그렇고, 모든 것이 껄끄럽고 거슬리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는 보지도 않고 아이와 노닥거리는 A선생을 보고 마침내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A선생! 다음부터는 열린치과의사회 진료에 나오지 마세요!”
“왜요? 선생님이 뭔데 하나원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를 나와라 마라 하세요?”
“뭐라고! 하나원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라고?”
“에이 썅! 나오지 말라면 나오지 않는 거지! 왜요가 뭐야! 나올 자격이 없어! 뭐 이런 게 다 있어! 썅!”
흥분한 나머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가빠왔다. 얼굴이 창백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분을 삭여야 했다.
한 달이 지났다. 하나원 진료를 다시 가니 A선생님이 사과를 한다. A선생님의 진심에 흥분은 사라지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전의 모습이 후회스럽고 미안하다.


하긴 그렇다. 봉사를 하는데 누가 누구에게 자격을 주고 등급을 매긴단 말인가? 봉사는 마음의 자리매김인 것을……. 


열린치과의사회와 H의료봉사단이 해외 진료를 간단다. H의료봉사단과 지난 2년간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해외진료를 개인적으로 간 일이 있어 친근하다. 이번에는 열린치과의사회와 H의료봉사단이 단체 대 단체로 해외진료를 간다.
두 단체가 같이 떠나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출발 날짜, 비행기 표 구매, 호텔 등 숙소문제, 단장 선정 문제, 차후 정산문제 등등.
이런 문제들이 모두 서로의 자존심과 관련된 일이다.
다년간의 해외의료봉사 경험을 가진 H의료봉사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열린치과의사회가 따라주기를 바라고, 해외봉사가 처음이기는 해도 조직적인 면에서나 재정적인 면에서 H의료봉사단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열린치과의사회에서는 이를 받아 들이기 힘들다. 
“열린치과의사회와 H의료봉사단은 대등하게 일을 해야 해.”
“비행기 티켓팅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지.”
“열치과의사회 회장은 당연히 공동 단장이 돼야지.”
결국 H의료봉사단에서 일하기가 너무 힘드니 각자 가자는 말이 나왔다.
열린치과의사회에서도 그러면 그렇게 하자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염된 자존심이 봉사를 망치고 말았다.
쓸데없고 부질없는 똥배짱 때문에, 지기 싫어하는 조그만 승벽내기 때문에, 끝까지 이겨보려는 좁은 속 때문에 참 봉사를 하지 못하고 좁쌀알 같은 좀생이 봉사가 되고 말았다.


40년 가까운 봉사활동이라는 소반 위에 반성, 후회, 아쉬움을 올려놓고 말한다.
“봉사가 벼슬이 아닌데…….”

  

  

신덕재
사을 중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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