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등산의 즐거움
예전엔 등산이 좋은 줄 몰랐다. 아니 그것보다는 산의 고마움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연세가 많으신 선배 치과의사 분들한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이 40을 넘기니 예전 한창 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술을 통해 배운다. 학창 시절에는 힘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고 기껏해야 3시간 정도 자고 또 나와서 공부를 하고 테니스 한번 때리고 나면 개운했었다. 한창 시절까지 안 내려가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술 좀 먹는다 싶었지만 요즘엔 술자리를 골라서 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몸을 챙기게 되고 뭐 좀 좋은 거 없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집 앞에 조그만 산 하나를 발견! 일단 혼자 올라 봤다. 등산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한 높이. 그러나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지만 공기부터가 다르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두 아들래미와 결혼하기 전 몸매를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는 몸매를 갖고 있는 와이프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높이다. 그래도 동네 뒷산이라 하여도 산은 산이지 않은가? 가끔 숨이 턱턱 막히는 구간이 있지만 이게 산의 매력이다 싶어 움직이기 싫어라 하는 가족들을 이끌고 올라와 봤다.
역시 14살 첫째 아들과 6살 아들래미가 다람쥐같이 산을 올라간다. 뒤쳐지기 시작하는 와이프의 엉덩이를 밀어 올리면서 재촉하는 둘째 녀석이 살갑기만 하다. 약 1시간여의 등산을 마치고 등줄기의 땀이 흥건히 젖은 채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동네 커피숍에 다다른다.
자주 가던 커피숍이 눈에 들어온다. 커피, 와플, 사이다, 콜라 등 높은 칼로리의 원산지로서 경계하던 곳이다. 그러나 이런 경계도 등산을 하고 난 후라 무장 해제된다.
당연한 듯 우리 가족들은 노천 커피숍에 자리를 틀고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올해 중학교 간 첫째 아들 놈 공부 얘기… 둘째 아들 유치원 얘기, 집안 대소사 얘기. 집에서 얘기하던 것과는 또 다른 소통의 재미를 느낀다. 주말에 별일 없으면 가족끼리 계속 올라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와이프도 그다지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고 아들들은 좋아라 한다. 아이들은 산에 오르는 것 보단 커피숍의 맛나는 와플이 더 관심이 있어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같이 보낼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그만 아닌가?
내친김에 근처에 사는 처남도 같이 가자고 할까 생각 중이다. 틈만 나면 바닥에 누워 잘 시간만 찾는 나무늘보 같은 놈이다. 그 녀석도 게을러서 움직이기 싫어라 하는 체질이라 꼭 데리러 와야겠다 생각을 했다.
건강도 챙기고 가족 간의 소통도 될 수 있는 뒷산 등산이 요즘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임용호
푸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