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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번째) 응석사

응석사

  

 지난 주말 나는 마음이 맞는 오랜 친구와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서울을 떠나 잠시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눈과 귀가 쉴 수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잡기로 하고 고민하던 중 출가하여 스님이 된 친구가 떠올랐다.


 8년 전 쯤 알게 된 친구는 어느 날 스님이 되겠다며 속세를 등지고 해인사로 들어갔다. 지금은 경상도 어디 절에 있다고 했는데… 산 속 고요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면 하룻밤 신세를 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연락을 취했고, 흔쾌히 그는 허락했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독실한 불교 신자였기에 그녀는 기쁜 맘으로 여행길에 올랐고 나도 오랜만의 여행에 마음이 설레었다.


 우리가 다녀온 응석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로, 집현산(集賢山, 높이 572m) 동남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절로 올라가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고 길고 구불거려 오르는 내내 겁이 났다. 절에서 일을 봐주시는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요즘 같은 여름 날씨엔 동네 주민들이 그냥 도로에 멍석 깔고 길에서 잠을 청하기 때문에 올라오는 동안 사람 조심해야 한다 하셨으니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되리라.


 응석사는 554년(신라 진흥왕 15)에 연기(緣起) 조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에 지공(指空)·나옹(懶翁)·무학(無學)스님 등이 머물렀다하며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때의 승병장으로 유명한 사명당 유정(惟政 1544~1610)과 진묵 일옥(一玉 1562~1633)이 머물며 화엄도량으로서의 명성을 떨쳤던 곳으로 당시에는 대웅전·문수전·극락전·비로전·영산전·나한전·팔상전 등의 전각과 함께 무려 163개의 방이 있는 대규모 사찰이었다 한다.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관음전에 모셔둔 관음상 밑에서 승병들이 숨겨둔 무기를 발견한 후 모든 건물을 불태워버렸고, 그 후부터 사찰의 규모가 줄어들었다 한다. 스님도, 어머니도 절에 대한 애정이 깊어 우리에게 자랑이 끝이 없으셨다.


 한밤중에 도착하였는데 날씨가 조금 궂더니 비가 내렸다. 처마에 비 내리는 소리가 너무나 좋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언제 또 불빛하나 없는 산속에서, 사람하나 없이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고요한 한옥에서 이렇게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마냥 설레고 기쁜 밤이었다.


 3시. 절에서의 기상시간. 간신히 시간 맞춰 눈을 떴다. 스님은 벌써 예불준비가 한참이셨고 어머니도 나오셔서 일을 돕고 계셨다. 옷을 매만지고 함께 따라 들어가 예불을 드렸다. 108배.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터라 스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책 한 권을 주시며 함께 108배를 도와주셨다. 혼자 하려 했을 땐 막막하더니 책에 나오는 음률에 맞춰 의미를 생각하면서 했더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금세 해냈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대웅전을 나와선 나도 모르게 숙소에서 쓰러져 잠들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소박하지만 맛있는 아침을 먹고 기왓장에 가족의 안녕을 비는 문구를 적은 후 절을 돌아보고, 사진을 찍고, 산책을 했다.


 아름답고 잘 보존돼 있는 응석사. 절을 이끄는 사람들의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권혜리

약수 연세치과의원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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