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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2번째) 짝을 찾고 계신가요? (하)

짝을 찾고 계신가요? <하>

  

<지난호에 이어 계속>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가 다가올수록 내 맘은 더욱 조급해졌고 이대로 버스를 올라타게 된다면, 지금의 순간은 영영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뒤로 하고 먼저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난 버스를 타지 않았다. 버스야 다시 기다리면 되지만, 이 순간만은 영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버스가 지나간 후, 알 수 없는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용기있는 자만이 아름다운 여인을 가질 수 있어라고 외치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 그녀에게 다가가,


“저… 안녕하세요~”,
“네? 네…”
“저… 다른게 아니라, 저도 여기서 버스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쪽이 너무 마음에 끌려서요~ 혹시 괜찮으시다며, 잠깐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으세요? 커피라도….”
“아~ 그래요? 맘은 감사하지만, 제가 지금 선약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말을 더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지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도 그녀도 마찬가지였나 싶다. 자리는 뜨고 싶은데 자기 탈 버스는 기다려야 하고, 뭐라 할말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저는 지방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이거든요.”
“네~ 저도 지방에 친구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
“아! 전 신촌 살거든요! 여지껏 이렇게 누군가에게 길에서 말 걸어 본적 없는데, 제가 좀 실례를 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연락처라도 주시겠어요? 꼭 한번 다시 뵙고 싶네요.”
“음… 명함 있으세요? 명함 주시면 제가 연락드릴게요, 전 명함이 없네요.”


이 분 참 임기응변이 뛰어나시구나, 아주 정중하게 사양할 줄 아시다니, 경험이 많으신가? 그래도 고마웠다. 나의 비장의 무기를 먼저 꺼내 달라고 하시다니… 속으론 미소를 지으며, 결혼식에서는 한 장도 팔리지 않았던, 평소 들고 다니지도 않던 명함을 내밀었고, 순간 그녀가 탈 버스가 다가왔다. 꼭 연락 부탁드린다는 마지막 말과 함께 헤어지고 나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고, 그 짧았던 시간이 너무나 폭풍같이 느껴졌다. 그런 내가 대견스러웠고, 맘 한켠으로는 왠지 모를 설레임이 싹트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과연 연락이 올까 안올까 기대 반, 걱정 반 가슴을 조이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그날 저녁에 드디어 그녀로부터 문자가 날라왔다.


“안녕하세요-어제 명함받은○○○이에요.”


야호!


벌써 1년 반 전의 일이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 아내가 되었다.


지금도 내 주변에는 제 짝을 찾고 싶어하는 많은 선남선녀들이 있다. 누구는 소개팅, 미팅, 누구는 선, 결혼정보회사, 누구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성보다는 동성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인연을 다른 사람을 통해 찾기를 기대하지 않나 싶다.


인연이란 빠르게 흐르는 강물 속에서 플라잉 낚시 하듯 짜릿한 손맛을 느끼며 낚아채는 낚시와 같단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강물 속에 들어가지 않는 한, 낚시에 미끼를 끼지 않는 한, 짜릿한 손맛을 느끼지 못하는 한, 물고기와 나는 절대 만날 수 없다.


자… 이제 당신은 당신의 인연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예방치과학교실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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