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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4번째) 1년 고생 많은 걸 얻었다 (하)

1년 고생 많은 걸 얻었다 <하>


<1967호에 이어 계속>


드디어 학교에 첫 출근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아침 7시30분까지 출근하라고 하셔서 떨리는 맘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애리조나 치과대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박재현 과장님이 저를 반겨주었고 치과대학 학장님, 교정과 크리닉 디렉터, 외부교수들, 다른 과 과장님들, 레지던트들, 스탭들에게 인사시켜주었습니다.


어떻게 인사하고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너무 긴장하고 얼어있어서 바보처럼 첫날을 보냈습니다. 상대편이 하는 얘기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7시30분에 출근하여 모닝세미나를 하고, 9시부터 12시까지 진료하고,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 1시부터 2시까지 또 세미나, 2시부터 5시까지 오후 진료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바쁘게 학교근처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거나, 런치박스를 싸와 먹으면서 스터디룸에서 할 일을 하거나, 때때로 외부 교정재료회사에서 Lunch&Learn이라고 하여 샌드위치 등을 사와 제공하면서 재료 혹은 상품에 대해서 슬라이드 강의, 소개를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적응을 하고 미국의 진료시스템, 전문 지식을 익히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외부 교수들은 임상의로서 성공하신 분들로 구성돼 있었고, 학교에 와서 강의하고, 레지던트들에게 임상스킬을 가르키는 것을 무척 보람있게 생각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교정의이면서 동시에 악악면외과의인 Dr.Lines가 있었고 교정의면서 소아치과의사인 Dr.Sebanc도 있었습니다. Invisalign을 가르치시는 Dr.Womack과 New Damon system을 가르치는 Dr.Feldman도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학교의 외래교수, 레지던트, 스탭들은 모두 친절하고 뭔가를 제가 요청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도와주었고 설명해주었습니다. 한국 교정의사의 뛰어난 스킬과 지식을 인정했고 저에게도 교정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모르는 부분에 있으면 질문하고 배우고 싶어했습니다. 프로그램 디렉터인 박재현과장님은 언제나 공부하는 모습으로 레지던트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고, 크리닉 디렉터인 Alyssa는 환자진료, 환자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내내 바쁘게 학교에만 파묻혀서 지내느라 1년 동안 미국여행은 거의 해보지 못했습니다. 좀 아쉽긴 하지만 공부와 연구, 미국인 교정진료를 열심히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국 치의신보 격인 ‘Dentistry Today’에 임상연구결과를 내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챈들러 라이브러리에 가서 공부했습니다. 우리나라 주민센터 부속 공공도서관입니다. 도서관 옆에는 ‘브런치’라는 미국 가정식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제가 주말에 즐겨찾곤 했습니다.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국경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인이 많아 그들의 문화, 음식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공통언어도 영어와 히스패닉어입니다. 멕시코 음식은 미국인들도 아주 좋아하고 제 입에도 잘 맞았습니다. 다행히도 미국 레스토랑은 혼자 와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젖어들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애리조나는 사막지역이기 때문에 선인장이 많고 나무는 거의 없습니다. 길가, 주택가에는 주로 커다란 선인장이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근처에, 그리고 학교 뒤쪽에 오렌지나무, 레몬나무가 많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원하면 몇 개 따가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나무를 많이 심고 관리하는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일요일에 종종 Paradise valley에 있는 Camelback mountain에 하이킹을 갔는데 그 지역은 주택가에 나무가 많았습니다. 애리조나에서 가장 부촌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그만큼 주민들의 수준과 수입이 높고 주택이 모두 크고 차고가 4~6개 정도이고, 기본적으로 집안에 수영장, 헬스장등이 있다고 합니다. 주택입구에 경비가 있는 주택도 있습니다. 나무가 많아서 다른 주거지역보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쾌적해 살기좋다고 하였습니다.


애리조나는 일출과 석양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새벽에 학교에 출근하면서 하늘이 밝아오고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저녁에 학교에서 나오면서 석양을 보았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잠시 숨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다 퇴근하곤 했습니다.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에 가서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부, 연구에 정진하느냐, 아님 미국의 문화, 여행을 주로 경험하느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느 선택이 옳다고 할 수 없고 본인의 의지와 결심에 따라서 유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자를 선택하였고 약 1년의 기간 동안 고생도 많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저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그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 유학생활 경험기가 미래의 유학을 계획하는 치과의사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동애
아이엠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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