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짜르트 음악 10선 (하)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우수논문상 수여작)
<1998호에 이어 계속>
4. 나의 모짜르트 음악 10선
얼마 전 지인들의 모임에서 내가 모짜르트만 주로 듣는다는 것을 알고 어떤 곡을 들어야 하느냐고 문의가 와서 10곡을 선정해 보았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곡들을 골라보았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개인적인 선호에 의해서 정하였다는 것을 고백한다.
<Piano Concerto>
K 466 Piano Concert in D minor (No 20)
퀘헬 1번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를 작곡한 5살 이전부터 모짜르트는 피아노를 끼고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곡들이 피아노 협주곡에 몰려있는 것 같다. 단조의 어두움을 그대로 나타내며 장중하면서도 힘있게 시작되는 1악장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죽어가는 모짜르트를 향해 집을 나갔던 부인이 황급히 돌아가는 마차 장면에서 쓰였다. 특히 ‘Romance로 연주하게 되어 있는 2악장의 단순하면서도 주옥 같은 피아노 선율은 압권이다.
K 467 Piano Concerto in C. (No 21) 2악장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 사용된 음악으로 수백 번은 들어보셨으리라.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차이점은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지겹게 들어온 선율이라 약간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중간부터 피아노가 나오면서 평화로운 전원 분위기가 묻어나고 들을 때마다 새로움이 느껴진다.
K 482 Piano Concerto in E flat.(No 22) 3악장
모짜르트가 29세이던 1785년에 작곡된 이 곡은 3악장이 가장 유명하다. 퀘헬 400번대가 가장 명곡이 많다고 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는 20대 후반이라서가 아닐까하고 유추해 본다.
<Wind>
K 412 Concerto for Horn No. 1 in D
모짜르트의 wind 음악 중 제일 먼저 귀에 익힌 곡이다. 1악장 allegro에서는 멀리서 사냥개를 부르는 듯한 horn소리에 맞추어 경쾌한 현이 ‘지가지가지가’하며 일상과도 같이 반복하는 운율을 듣고 있으면 삶의 열정이 되살아난다. 2악장 (2악장까지 밖에 없다) Rondo Allegro는 매우 경쾌하다.
K 622 Clarinet Concerto in A.
영화 ‘Out of Africa’에 나오는 2악장이 유명하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듣다 보면 피아노, 바이올린 협주곡과 같은 주요 악기의 협주곡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짜르트는 피아노 협주곡만 5번에서 27번까지 23개나 썼다. 하지만 주옥 같은 주변악기의 협주곡들이 있다. 둔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관악기 소리와 잘 다듬어진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조화를 듣고 있으면 반질반질한 얼음판에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5번 턴하고 착지할 때와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
K 581 Quintet For Clarinet and Strings in A major (Stadler 5중주)
실내악 중에서 대표적으로 유명한 곡으로 먼저 12분의 긴 1악장 allegro는 환상적이다. 나머지 악장들은 너무 흔한 멜로디라서 고급식당이나 결혼식장에서의 배경 음악 같은 진부함이 연상될 수 있다. 이 곡은 클라리넷 주자인 Stadler에게 헌정된 곡이다.
K 361 Serenade for Wind No 10 “Gran Partita” 3악장 Adagio
모짜르트가 13개의 관악기만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가 “On the page, just a pulse, like a rusty squeeze box, and then suddenly, high above it, an oboe – a single note hanging there unwavering, until a clarinet took it over, sweetening into a phrase of such delight, filled with such unfulfillable longing. It seemed that I was hearing the voice of God. (시작은 맥박과도 같이 무척 단조로왔지. 마치 녹슨 아코디언 소리같이, 그러다 갑자기 저 높이서 오보에가 홀로 떨림없이 한 음을 끌더니 그 여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클라리넷이 넘겨 받지. 그러더니 그 감미로운 소리가 점점 환희로 바뀌어갔어. 채워지지 못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듯이. 마치 신의 음성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지)” 이라고 표현한 음악이다. 어떻게 현 하나 없이, 밑바닥을 까는 첼로, 콘트라베이스도 없이 wind만으로 이렇게 균형이 잡히고 꽉 찬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과연 모짜르트다.
<교향곡>
K. 550 Symphony No. 40 in G minor
한국인 정서에 가장 맞는다는 교향곡 40번은 모짜르트가 단조로 쓴 2개중 한 곡이다. 반복되는 음률 속에 잔잔히 흐르는 감상적 우수를 슈베르트는 ‘천사의 음성이 들린다’라고 표현하였다.
<오페라>
K 492 The Marriage of Figaro.
10번을 보아도 지겹지 않은 것이 오페라일 것 같다. 무대와 성악가들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감동이 있다. 3막중 2중창 Aria ‘che soave zeffiretto’ (아, 상쾌한 산들바람아 혹은 저녁바람은 부드럽게)는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사용되었다. 그 척박한 감옥의 환경속에서 울려퍼지는 청아한 아리아를 들으면 ‘절망속에서 예술은 더욱 빛난다’는 격언이 사실임을 깨닫게 한다.
<미사곡>
K 626 Reqiem중 Introtus, Kyrie, Confutatis, Lacrymosa
모짜르트는 엄청나게 많은 미사곡을 썼다. 미사곡과 오페라를 합하면 내가 보유한 전체 CD의 반에 해당할 만큼 많다. Requiem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이다. 이 중 Introtus, Kyrie, Confutatis, Lacrymosa 를 추천한다. 모짜르트는 이 곡을 완성치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에 Requiem의 일부분이 간소하게 연주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모짜르트 자신이 Lacrymosa를 들으면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한다. ‘Lacry’는 라틴어원에서 눈물에 해당한다.
백철호
새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