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727번째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과정 참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인구 분포 구조도가 자꾸 역삼각형으로 바뀌고 있다. 사회의 불확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잘 나가던 베이붐 세대의 은퇴가 이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속하는 필자도 이제 겨우 하늘의 명을 아는 지천명이자, 내 눈만 바라보는 자녀들을 한창 부양해야 할 나이인데 말이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예감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릴 때 손바닥만한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자란 필자의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는 입학생이 고작 34명이었다. 한 반에 많게는 70~80명에서 심지어 오전 오후로 나뉘어 2부제 수업을 하던 도시 학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필자가 입학할 때는 작은 섬마을 치고는 초등학교 신입생 수 가 제일 많은 해였다. 지금 돌이켜 보니 바로 그 학년들이 베이비붐 막차를 탄 애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골 초등학교가 대부분 폐교의 길을 걷고 있고, 혹 잘 풀린 경우 도시 아이들의 농촌체험의 마당(?)으로 변모하였다.
그래도 서울에서의 입학식이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였다. 헐,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 바로 저출산 고령화로 가는 길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니 요즘처럼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쌍끌이(?)세대에서 자녀들을 낳아 키운 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 축복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당찬 도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저출산 문제는 그 어떤 당근으로도 풀어내기 힘든 국민적 어젠더가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하는 영화의 제목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참으로 부양해야 할 가족은 많아지고 생산인구는 줄어들고 그나마 압축고도성장으로 힘들게 이룩해 놓은 씨암닭 마저 복지포풀리즘이라는 이름의 자객에게 잡아드려야 할 판이니. 그렇다고 필자의 견해를 어떤 이념의 잣대로 이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성장에 따른 공정한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니까. 항상 다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타고 왔던 사다리를 차버리는 것이 우리 모두의 뼛속까지 스며든 본성 내지는 속성이니까. 경쟁사회에서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사다리 말이다.
오는 7월 1일에는 노인틀니 급여화가 시행된다고 한다. 시혜자인 치과의사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의 과정도 미흡하고, 추후에 있을 복지 비용 분담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도 부족한 데, 글쎄 이런 보건복지정책을 덜컹(?) 시행한다고 하니 최근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이유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대부분이 노인 틀니 급여화를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묵인하거나 아니면 구름에 달 가듯이(?) 달관하며 바라 보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입장과 이해 관계를 내려놓고 정말 국민복지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보면 해결책이 보일 텐데. 자본주의 4.0 아시아리더십 컨퍼런스를 위해 오는 스웨덴의 어느 총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미움을 받더라도 존경을 받는 리더자가 되어야 한다고. 뭐 머리를 치는 이야기인데 수긍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좀 더 대승적인 관점에서 노인 틀니 급여화 문제를 다루었으면 하고 제언하면 뭘 모르는 얼치기의 사치스러운 이야기일까 아니면 발뺌하는 새치기의 치사스러운 이야기일까? 허허
이런 치과계 상황에서 대한노년치의학회 주관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과정은 참으로 신선한 연수회였다고 자평(自評)해 본다. 치과의사는 치과만 벗어나면 살 길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아마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과정을 꼬집어 대변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각계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고령복지에 대해서 들었다. 노인보건복지정책 입안자도 왔고, 현장에서 무릎으로 수고하는 실무자도 왔고, 먹을 것이 없어서 귀까지 먹(?)은 노인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소통 전문가도 왔고, 최소 한 두 개의 전신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의 치과치료시 고려해야 할 것들을 다룬 내과 의사도 왔고, 처방전을 들고 치과문을 나서서 약국에 도착한 환자들이 약사에게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약물의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에 대해 소상히 알려주신 약사도 왔고, 늘 해 오던 일이지만 노인틀니의 사후 관리에 대해서도 들었고, 이래저래 노인 치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혹은 일어날 수 있는 제반 상황들을 처치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강의 후 열띤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강의자나 청강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면 필자의 지나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일까? 이번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과정을 참석하면서 바로 지금 치과계가 빅뱅의 시기에 도래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꼬시래기 제살 뜯기”란 말이 있다. 바로 한정된 자원을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상황을 비유한 말인 데, 최근의 치과계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한 말이 아닐까? 이제는 정해진 파이를 가지고 나누는 방식이 아닌 파이를 키우면서 나누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전자에 너무나 익숙하게 고착된 우리의 사고 방식 때문이겠지. 향후 10년의 치과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그 많은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미래 예측이 맞지 않음을 보면서 미래는 겸허하게 예측하고 바라보아야지. 단지 우리의 관점이 아닌 국민복지의 관점에서. 이제 나목(裸木)에 차오르는 생명수를 보면서 고령화 사회를 후자의 프레임으로 치과계의 생명수가 유연하게 흐르는 장으로 키운다면 어떨까? 허허 이 또한 너무 거창한 이야기인가? 에끼(?)
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총무이사
일산 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