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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1번째) 헤밍웨이 스토킹(하) - 쿠바 여행기 중에서 발췌

Relay Essay
제1731번째


헤밍웨이 스토킹 (하)
- 쿠바 여행기 중에서 발췌


<지난호에 이어 계속>


엘 플로리디타를 나와 보데기타 술집에 가려 했었다. 설마 싶을 정도로 작고 외지고 간판도 얼마나 작은지! 보데기타라는 글자는 거의 손가락 굵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 앞을 여러 번 지나쳤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었다면 영화에서 연인이 아슬아슬하게 어긋나는 짜증나는 시퀀스 같았을 것 아닌가? 그것도 대여섯번 그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보데기타를 찾지 못하였다! 결국 밤 열시가 다 되어 찾아간 보데기타 앞에서 문을 잠그던 웨이터들이 두 팔목을 교차해가며 ‘엑스!’ 표시를 한다 “끝났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날 낮에 다시 갔다. 보데기타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지만 다행히 나 한 사람은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역시 이번 여행은 운이 좋다. 원하는 대로 다 된다. 원하는 것이 적으니 원하는 대로 다 된다.


한 다섯 평이나 될까? 작은 가게. 웨이터가 연신 모히또를 만들고 있었다. 한 잔 만드는 데 십초. 먼저 시럽이 들어있는 잔에 박하잎을 넣고 나무 공이로 으깬다. 론을 붓고 얼음을 컵 가득 담고 탄산수를 부어낸다. 한 잔에 3세우세.


“우노 모히또!”(모히또 한잔!)


내 옆에는 한 어린 남자가 혼자 앉아있다. 흥! 어린 것이 혼자 여행할 줄 아는 재주를 가졌네? 하고 궁금해 하다 보니 그 남자 혼자서 셀카를 찍는다.


내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찍어 주었다.(나를 몇 살로 봤을까? )


나는 마음에 안들게 나왔다고 하면서.


서너 번을 더 찍었다.(오! 노우!  저스트 원스 모어!)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찍어주는 사람…바로 나다!


그 아이,’‘미카엘로’는 아르헨티나에서 엄마와 함께 왔다고 했다.(그러면 그럴 것이지. 엄마랑 왔구나….)


엄마는 호텔에서 자고 있고 혼자 나왔는데 매 년 두 번씩은 엄마랑 온다고 했다. 미카엘로가 모히또 한 잔을 비우고 한 잔을 더 시키려 했을 때 그의 카메라가 떨어졌다. 카메라를 주우려고 미카엘로가 일어선 그 찰라의 시간에 앗! 뒤에 서 있던 어떤 아줌마가 냉큼 앉아버린 것이다. 머쓱해진 미카엘로 원래부터 일어나 나가려 했던 것 같은 척을 하고 하는 수 없이 카페를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저런 무서운 아줌마가 있구나….”


두 잔을 마시고 밖으로 나오니 날은 덥고 오후 4시 쯤 돼 무척 졸리울 시간이다.(시차 때문) 나흘째 낮이 가는구나! “헤밍웨이 스토킹하기”는 “아바나 여행자 따라하기”와 똑같다. 워낙 유명한 코스라 수많은 사람들이 암보스 문도스 호텔, 보데기타, 플로리디타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 나 역시 그러고 있으면서도 원래 헤밍웨이는 관심 없었고(나는 레마르크가 더 좋다) 똑같은 사진 찍기가 싫어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안그랬던 것이 약간 후회된다. 이왕 한 거 끝까지 해 볼껄… 헤밍웨이 방도 가 보고 암보스 문도스 호텔 카페테리아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앉아있기도 해볼껄. 하지만 여자 혼자 그 정도 했으면 잘 한 것 아닌가?


헤밍웨이 영화도 보고 호텔 앞에서 그가 들었을지도 모르는 피아노 소리도 듣고 그 작은 보데기타 기어코 찾아내서 다음 날 한 번 더 갔으면 다 한거지, 뭘 더 바랄까?

  

홍소미
비너스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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