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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7번째) 나의 이중생활?

Relay Essay
제1737번째


나의 이중생활?


치과의사면허를 따고 치과의사로서 20년차, 단독개원의로서 18년차인 40대 중반의 한 남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규정을 하는 나의 정체성이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원래 물리학자의 꿈을 꾸고 물리학과를 지망했지만, 안타깝게 1지망에서 떨어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치의예과에 입학하였다. 재수를 고민하다가 당시 활발하던 학생운동에 발을 걸치게 되면서 학교를 그냥 다니게 되었다. 학업에는 그다지 뜻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아, 당시의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가던 길처럼 투쟁 중에 구속되고 휴학이나 퇴학당하고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었지만,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계속 나의 길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치과의사를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것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약칭 건치)’였다. 치과의사로서 사회의 진보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수돗물 불소화사업 같은 구강보건사업을 힘있게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치과의사로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결심하고 학생 때 제대로 못한 공부를 뒤늦게 하면서 (이런 공부에도 당시 건치의 임상교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좋은 치과의사로서 좋은 치과를 만들고 사회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구강보건법이 만들어지고 구강보건과가 설립되었을 때, 건강보험이 통합되었을 때, 암부터 무상의료운동을 통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늘어났을 때가 지금도 보람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쉬웠던 것은 2007년 3년간의 건치 집행위원장 마지막 해, 그동안 몇 번을 막아내긴 했지만 결국 구강보건과가 폐지되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구강보건전담부서를 한방정책관정도의 ‘구강보건정책관’으로 부활시키는 것이 건치회원으로서 절실한 소망이다.


지금은 건치에서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으로서 활동하면서 보건의료시민단체, 지역사회단체 등 좀 더 건치와는 또 다른 영역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혼자서 개업하고 있는 치과의사가 진료 틈틈이 그러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진료시간을 비우고 회의나 행사에 나가야하고, 구강보건분야 외에는 오래 고민하고 연구한 바도 사실 없기 때문에 다른 영역의 사업이나 정책을 이해하고 활동하기 위한 공부도 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일이 많을 때는 치과에 와서 ‘내가 다른 일 하다가 진료를 하는 건지, 진료하다가 다른 일을 하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민구강건강의 향상’이라는 것이 국가와 사회가 치과의사에게 부여한 ‘사명’이라면, 구강건강의 향상이 단지 치과진료실에서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하는 ‘다른 일들’ 역시 치과의사로서 ‘진료실 밖에서 하는’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보건의료시민단체에서 환자의 권리를 위한 활동이나 의료민영화 반대, 한미FTA 반대 등의 활동도, 지역사회단체에서 의료생협사업, 시립의료원설립운동, 지역화폐운동과 지역재단만들기 등의 활동도 그러한 활동의 결과가 보다 정의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 국민의 건강권이 기본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구강건강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믿고 활동하고 있다.


아마도 나의 이중생활은 치과의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하는 두 가지 활동일 뿐 진정한 이중생활은 아닐 것이다. 치과의사의 탈을 쓰고, 저렴한 진료비라고 환자를 현혹시켜 돈벌이 진료에 급급한 일부 치과의사의 행태야 말로 진정한 이중생활일 것이다.

 

김용진
남서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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