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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4번째) 먹는 것에 대한 소고

Relay Essay
제1744번째


먹는 것에 대한 소고


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좋은 것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우리는 행복과 포만감을 느낍니다. 사실 인류가 굶주림에 대한 고민에서 해방된 것이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그 전까지는 못 먹어서 죽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몸에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하는 특별한 기전을 유전자에 새겨 넣었는데 이것이 최근에 와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20세기 후반 들어서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먹게 되었는데 그것을 저장하는 유전자는 그대로여서 비만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먹은 것을 빨리 소모하는 유전자가 인류에 새겨지려면 수십만 년은 필요한데 아마 그 전에 인류가 비만으로 인해서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현대인들은 주변에 먹을 것이 너무도 풍부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것이 너무도 많아서 우리는 항상 식탐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 맛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어디가 맛있다고 하면 거리가 멀어도 몰려가서 먹어봅니다. 점심 한 번 먹기 위해서 1~2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먹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맛이 없으면 뒤에서 욕을 하면서 입맛 버렸다고 불평합니다. 맛있다고 간 곳이라 하더라도 몇 번 먹으면 질려서 다른 곳을 찾아 떠납니다. 맛있는 것, 특이한 맛을 찾아서 자꾸 방황합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맛있는 것, 아니 소비자가 더 찾을 만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합니다. 이렇게 조합했다가 저렇게 조합했다가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 치 혀를 즐겁게 해줄까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무래도 혀를 만족시키려다 보니까 여러가지 첨가물을 쓰게 됩니다.


과연 먹는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옵니까?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과연 몸에 좋은 것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혀에 좋은 것을 먹을 것인가?’입니다. 그러면 아마 여러분들은 몸에도 좋고 혀에도 좋은 것을 먹고 싶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것이 있는지요? 저의 경험에 의하면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혀를 만족시키는 음식들, 예를 들면 피자, 삼겹살, 아이스크림, 콜라, 초콜릿 등과 같은 것이 우리 몸에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혀를 별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잡곡밥, 토마토, 야채, 두부, 고구마 등과 같은 것은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대개 몸에 좋은 것이 무엇이다라는 것은 잘 알지만 당장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각종 첨가제와 양념이 들어가 있는 가공된 음식을 먹습니다. 혀를 만족시키는 것이 먹는 것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양 성분 중 단맛을 내는 당분과 고소한 맛을 내는 지방은 과량 섭취 시 우리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들을 우리 몸에 적당한 양만큼만 먹게 되면 우리 혀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소금 섭취도 그렇습니다. 우리 몸에 맞는 양만큼만 먹게 되면 정말 싱겁게 먹어야 하지만 우리가 소위 간이 맞는다는 음식은 과도한 소금을 함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혀를 만족시키면 몸에 안 좋고, 몸에 좋게 먹으려고 하면 맛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습관입니다. 점점 싱겁게 먹으면 그것에 우리 혀가 적응이 돼서 나중에는 정말 싱거운 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 두게 됩니다. 마치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가공하지 않은 거친 음식을 먹어야 우리 뱃속에서 제대로 소화가 됩니다. 생으로 먹는 무나 구워 먹는 고구마는 장 안에 있는 노페물을 우리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냥 베어 먹는 사과나 배는 이빨 사이를 깨끗이 청소해주고, 먹기 거친 현미나 잡곡밥은 다양한 영양분을 우리 몸에 공급해줍니다. 그런데 우리 혀를 기쁘게 해주는 피자는 장 안에서 부패와 비슷한 작용을 일으키고, 긴 소화 시간으로 인해서 위에 부담을 줍니다. 맛있는 쿠키는 이빨 사이에 찌꺼기를 남기게 되며 거기에 들어간 버터 때문에 열량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육식은 혀에는 좋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는 좋지 않습니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많은 곡식이 소모되고, 소가 내품는 메탄가스와 가축분뇨는 환경오염의 주범입니다. 그렇지만 채식은 몸에 편하고, 친환경적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제가 다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는다는 것을 그냥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거기에 깔린 철학적인 면을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아주 맛있는 것을 먹지 않아도 삶을 사는 데 지장이 없고, 맛있는 것을 쫓는 것은 부를 향한 집착만큼이나 만족을 모르는 과정일 뿐입니다. 항상 더 맛있는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과정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며, 결국 그것을 맛본 뒤에는 허무함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화려한 파티 뒤에 오는 허무함과 똑같은 것 말입니다.


몸에 좋은 것, 자연이 주는 그대로 먹는 것들도 어느 정도 맛있습니다. 단지 그 맛이 강렬하지 않고 은근할 뿐입니다. 바로 그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맛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자연의 맛은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쌀 맛처럼 질리지 않고, 편안함을 줍니다. 우리 몸이 수백만 년 동안 거기에 적응해왔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거스르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는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맛있는 것을 찾습니다.


단기적인 쾌락을 주는 것은 항상 반대 급부가 있기 마련입니다. 어느 것을 택할지는 각자가 선택할 일입니다. 우리는 이미 좋은 것이 왜 좋고, 나쁜 것이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단지 실천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한 것입니다.

  

장성원 원장
이잘난 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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