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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8번째) 욕지도 기행

Relay Essay
제1748번째


욕지도 기행


욕지도는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통영항에서 욕지도까지 가는 배편은 통영의 어느 섬보다도 편리하다. 1시간 30분가량 걸리고 운항편수도 자주 있다.


욕지도는 모두 1000여 가구의 주민이 살만큼 규모가 큰 섬이지만, 뭍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섬이다. 그래서 욕지도는 여름 한때 몰려오고, 몰려가는 피서지가 아닌, 사시사철 언제 찾아와도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문득 지난달 6일에 가족과 함께 사는 곳에서 먼, 막연히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 있으리라는 상상과 맛집에 대한 기대를 안고, 30여년 전에 가보았던 그 곳을 향해 출발하였다.


배에서 내렸다. 30년전 옛 기억과는 많이 달라진 섬의 풍경이 보였다.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과 눈을 자극하는 코발트색 바다의 욕지도.


첫 배를 탄 덕분에 섬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숙소를 예약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섬을 둘러싼 일주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깨끗하고 푸른 바다, 늦봄의 향기가 물씬 나는 식물들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군데군데 옛 모습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여러 방면으로 개발되어 당시의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도로가 개발되어 이동이 보다 편리해 졌고, 숙박시설이 늘어나 관광하기에는 훨씬 좋아졌지만, 반대로 이런 부분이 섬의 외관을 해치는 부분도 보여 조금 아쉬웠다. 특히 흰작살 해수욕장은 일주도로가 생기면서 호젓하고 아름답던 풍경이 많이 훼손되고 좁아져 있어서 더 안타까웠다.


그렇게 섬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점심때가 되어 맛집으로 소문난 한양식당을 찾았다. 제일 인기 있는 메뉴인 짬뽕과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재료로 쓰인 해산물의 신선함이 일품이었다. 다만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짜장면의 경우는 조금 아쉬운 수준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짐을 풀기 위해 예약해둔 하늘마루 펜션으로 향했다. 친절하신 주인아주머니와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가 우리를 맞았다.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한 펜션이라 바다와 섬의 전경이 잘 보여서 좋았다. 휴식을 취한 후 낚시도구를 챙겨 펜션 앞 방파제로 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낚시를 시작했는데, 주로 잡힌 어종은 볼락으로, 아직 철이 되지는 않아 작은 새끼들 위주로만 잡혔다. 그래도 잡히기는 잘 잡혀서 초보들이 손맛을 느끼기에는 괜찮았던 것 같다. 무리지은 곳을 두 군데 찾아 가방 가득히 낚고, 저녁 무렵에 펜션으로 돌아가 잡은 볼락들을 손질했다.


한 9시쯤 돼서야 손질이 끝나고, 우리는 늦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부둣가로 나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섬에서는 일찍 가게 문을 닫는 모양인지 영업하는 식당이 몇군데 없었다. 불 켜진 아구찜집을 발견해 들어갔지만, 막 가게 문을 닫기 전이어서 아주머니는 거절하려고 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족끼리 온 모습을 보고 배려를 해 주신 덕분에 다행히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거의 정리가 끝난 주방에서 다시 꺼내온 재료로 만들어주신 아구찜은 아주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듬뿍 배어나 아주 맛이 좋았다. 쫄깃한 아구살이 신선하고 푸짐한 콩나물과 잘 어울려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아구찜이었다. 입이 황홀하다는 것은 역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이렇게 식사를 끝내고, 늦은 시간인데다 가게를 닫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 주신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린 후 펜션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했다. 별이 보이는 깨끗한 밤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자연의 고요함이 느껴지는 밤이었다. 욕지도의 야경을 감상하며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선상낚시를 하러 일찍 숙소를 나섰다. 낚시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어서(바람이 많이 불었다), 생각만큼 잘 잡히지는 않았다. 잡어 몇 마리를 잡고 10시쯤 배에서 내렸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해녀촌이라는 전복죽 집에 들렀다. 전복죽과 자연산멍게비빔밥을 먹었는데, 자연산 전복의 진한 맛이 감동적이었다. 멍게비빔밥에서는 멍게의 상큼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펜션에 들러 떠날 채비를 한 후에, 해녀들이 직접 떠주는 부둣가 횟집에서 홍삼, 고등어, 갑오징어 그리고 우리가 배에서 잡은 고기를 회쳐 먹었다. 홍삼은 지금까지 보아온 것들 중 가장 컸고, 고등어회는 처음 먹어보았지만 아주 고소한데다 생각과 다르게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양념도 고등어회와 잘 어울렸다. 그 외에 우리가 잡아온 이름모를 고기들은 세꼬시를 해 먹었다.


슬슬 배를 탈 시간이 되어 짐을 챙겨 배에 탈 준비를 했는데 타기 직전에 펜션에 물건 하나를 두고 온 걸 깨달았다. 혹시나 해서 펜션 주인 아주머니께 연락을 드렸는데 고맙게도 출항하기 직전에 직접 갖다 주러 오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멀어져가는 욕지도를 보면서 꼭 다시 오고 싶은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내는 동안 만났던 섬사람들도 모두 친절했고, 그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신선한 해산물도 기억에 남는다.
가족여행을 가기에 추천할 만한 곳이다.


-유정수
경북지부 부회장
안동시 용상치과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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