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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잤니? "매일 꽃들과 웃음꽃 피워요"

안녕? 잘잤니?
"매일 꽃들과 웃음꽃 피워요"


월요일마다 새벽 꽃시장 발걸음
치과 대기실·화장실까지 꽃 장식
꽃꽂이 보며 환자들도 ‘행복 만발’


‘꽃꽂이 전문가’
장순희 원장


“출근할 때마다 꽃들과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꽃 한 송이마다 얼굴을 쓰다듬어 줍니다. 그러면 싱싱한 꽃잎의 촉감으로 대답을 보내오죠. 오랜 시간동안 지내면서 꽃들과 대화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도 풍성해지는 것을 느끼죠.”


꽃들이 만발한 치과가 있다. 진료실은 물론 환자 대기실, 화장실, 심지어는 화장대까지 화려한 꽃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치과를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 대신에 꽃을 보고 안도감을 느끼고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는다.


꽃과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순희 원장(장순희 치과의원)이 꽃꽂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81년 서울에서 개원하고 부터다. 여고 동창들이 하나 둘 모여서 시작한 꽃꽂이가 삶의 원동력을 제공해 주는 취미가 됐다. 


장 원장은 “그 당시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여성들의 가장 보편적인 취미가 꽃꽂이 이였을 만큼 붐을 일으켰다”면서 “아마도 지금 60대 전후의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한번쯤은 꽃꽂이를 해 봤다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원장의 꽃꽂이 실력은 이미 전문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장 원장은 “그 당시 꽃꽂이 대가들이 제자를 길러 소그룹으로 수업을 하고 초·중·고급과정을 거쳐 사범 과정에 이르는 단계까지 꽃꽂이 교육을 이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장 원장은 치과가 전시회장이라는 생각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 5시에 양재동 꽃시장을 방문, 가장 보기 좋고 싱싱한 꽃들을 구입, 꽃꽂이를 하고 있다.


장 원장은 “지난 2005년 기회가 돼 서울시여자치과의사회 홈페이지에 꽃꽂이 사진을 올려놓았더니 반응이 좋아 홈페이지 내 코너도 마련돼 회원들과 함께 꽃꽂이 감상을 했다”면서 “또 다른 새로운 꽃꽂이 기법을 공부하고 싶어서 유럽 꽃꽂이도 배웠다”고 밝혔다.


치과에 다양하고 예쁜 꽃꽂이가 여러 개 전시되다보니 내원한 환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 그 만큼 치과의 이미지도 살고, 홍보 효과도 있는 듯하다.


장 원장은 “환자들이 꽃꽂이 누가 와서 해 주는 것이냐, 언제부터 꽃꽂이를 했냐, 꽃은 어디서 사느냐 등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며 환자들과 꽃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꽃꽂이 과정은 플로어리스트 6개월 코스가 있다. 6개월동안에 수업료를 내고 과정을 마치면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또 지역 문화센터에서 창업을 위한 강의도 신청할 수 있는 등 꽃꽂이를 배울 수 있는 과정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장 원장은 꽃꽂이 전문가답게 꽃꽂이를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요즘에는 꽃병에 꽃망울이 터지면서 활짝 펴 마음껏 자태를 뿜어내는 모습과 조금씩 시간에 흘러 시들어 가면서 황혼을 맞이하는 꽃들을 보면서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면서 “생을 마친 꽃들을 걷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다시 새로운 꽃을 맞을 준비를 한다”고 장원장은 귀띔했다.


아울러 장 원장은 “꽃꽂이는 생각하는 것처럼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면서 “현재와 같이 바쁘고 팍팍한 삶을 사는 도시 생활에서 꽃 한 송이가 눈에 띌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잠시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꽃꽂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 원장은 “30여년을 돌아 처음 꽃을 대했던 시간으로 돌아 온 듯한 요즘, 자연이 만들어 놓은 색의 아름다움, 생명력의 신비, 향기의 매력, 어떤 꽃이든 어울릴 수 있는 조화를 조금은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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