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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말라위 희망기지를 방문하다

특 / 별 / 기 / 고


말라위 희망기지를 방문하다

 

최치원 치협 대외협력이사


아프리카 말라위로 떠난다.
비행기만 24시간을 타고 적도를 지나 지구 남반구로 이동하는 아주 장거리 여정이다. 황열과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으면서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게 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직을 수행한 지도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났는데, 내가 맡은 대외협력위원회 주된 업무 중 하나가 국내, 국외 사회공헌사업을 통한 치과의사들의 대외이미지 제고로 김세영 협회장님과 같이 말라위 구물리라 헬스포스트에 앰뷸런스 기증, 운영지원협약식을 위해 첫 해외출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구물리라 마을에 ‘KDA희망병원’


2012년 11월 5일부터 12월까지 6박 8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인천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로, 요하네스버그에서 말라위 릴롱웨까지 3번의 transfer를 거쳐 말라위에 도착하니 정확히 24시간만에 미지의 땅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그다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아마도 매체로만 보아왔던 원시림이 숨쉬는 곳에 왔다는 것이 약한 흥분으로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까지 오는데 하루가 걸렸다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24시간을 투자했더니 아프리카가 있었고 TV에서 보여주었던 미개하고 원시적인 나라가 아닌 한 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반과 시설, 조직체계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국가사회로 이루어진 문명인이 살아가는 나라에 오게 된 것이다.


우리들의 기준에 맞춰 생각을 했던 불완전한 조직체계를 가진 나라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현지인들은 별로 불편감을 못 느끼며 이 곳의 조직체계는 나름대로 질서가 있는 듯 보였다.


세계 각국의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비능률적이고 약간은 합리적이지 않은 체계들에 대해 설명하고 실천을 통해 개선방향에 대해 조언을 한 덕에 지금 말라위는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설명과 조언이라는 미사여구보다는 개발국가의 투자와 교육지원을 통해 이 정도의 발전과 개선이 있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여자의 진심과 시스템적 접근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실천 등이 담긴 지원이야말로 수혜자의 생활과 문화를 바꿀 수가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그들의 자손들에게, 나아가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애적 동반행복을 공유하는 인도주의적 실천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KDA희망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말라위 구물리라 마을 자립사업의 보건분야지원을 담당하게 되었다. UN에서는 저개발 국가들이 지닌 빈곤의 구조적인 모순과 세습되는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사업을 계획한 바, 단순히 일회성 생계지원이 아닌 물질적, 정신적 자립을 도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빈곤퇴치의 필요성을 알고 스스로 역할을 하도록 만들자는 UN Millennium Vollage Project(MVP)의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UN사업이다. 전세계적으로 빈곤한 나라 중 시범마을을 13개 선정해 자립모델을 만드는 사업으로 반기문 사무총장님께서도 관심과 기대를 많이 보이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뜻을 같이한 것에 대해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치협에서는 이 13곳 중 말라위 구물리라 지역보건을 담당할 3곳의 Health post(한국에서의 보건소 개념, 거점병원의 개념)에서 근무할 의료인력의 인건비와 의약품 지원, 앰뷸런스의 기증을 결정했고, 예산은 (주)디오에서 매년 1억원씩 기부하는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하게 되었다.


UN사업에 열매나눔재단(이사장 김동호 목사)이 파트너십을 갖고 참여한 말라위지역 자립사업프로젝트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농업부문(부뚜막설치, 유기농 퇴비사용, 고부가가치작물 재배, 농기구뱅크), 교육분야,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분야, 보건인프라 구축과 생활기반분야(우물, 화장실 개선), 마이크로크레딧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도시국가를 이루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 주는 기본적인 구조설계를 하는 것이다.


개발국가에서 특히 우리나라는 새마을 운동을 거치면서 경제적 자립을 이뤘고 지원을 받는 국가에서 지원을 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국가이기도하다. 이미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수많은 노하우를 가진 개발국가의 인력과 자본, 경험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헌신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사업이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이 됐고 2015년 UN에 최종 리포트를 하게 된다.


  미래 빈곤퇴치 성공모델 평가 기대


경험적인 성공모델을 구물리라 마을에 정착시키게 되면, 이 성공모델이 미래 빈곤퇴치사업의 표준모델로 활용되게 될텐데,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만큼 종교적, 정치적 의미를 두어서는 안되고 인류애 측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만 20년을 개원한 치과의사로 살아오면서 나와 가족은 사회적, 경제적 만족을 느꼈고 동시에 사회지도층으로 대우와 인정을 받으며 누렸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받은 만큼 사회에 꼭 되돌려 줘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나를 받아주고 내가 누릴 수 있었던 바탕이었던 그 사회로 회귀시켜 줄 무언가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는 더불어 사는 인생이 참보람을 갖는 삶이 아닌가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진짜 누린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


  진짜 누린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것


나의 인생 만족뿐 아니라 동일 직업군으로서 치과의사 후배들 역시 사회적, 경제적으로 누리면서 사회와 더불어 호흡하는 치과의사로 거듭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몇 년간 치과계를 감쌌던 사회적 불신들로부터 치과계의 자존감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이웨이만을 고집하고 현재와 타협하면서 동료들간 이질적인 무한 경쟁만을 추구한다면 치과계의 미래란 없고 치과계의 불황이 계속되어질 가능성이 높다. 진실되고 진심을 담은 치과의료서비스를 통해 사회에 내미는 손이 진정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치과의사의 손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과의사를 가장하거나 치과의사가 아닌 하얀 손들에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많은 치과의사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훌륭한 능력을 재능기부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요구되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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