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02번째
청국장
청국장은 부산에는 드문 음식입니다.
청국장을 어릴 적에 먹어보고 느낀 것은 짠 맛이 덜한 된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가끔 먹었고 아마도 추운 지방에서 발효를 해서 소금이 많이 없이도 발효가 되었나봅니다.
따뜻한 지방에서는 쉽게 부패해서 소금으로 염장을 해야 하지만 추운지방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치과에 청국장 가게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가장 먼저 치료하신 것은 #35의 근관치료입니다. 아말감 코어를 하시고 더 이상 내원이 없으셨습니다.
우연히 집으로 가다가 그분의 가게에서 청국장을 사먹고는 아내와 같이 사먹었습니다.
참 맛있는 청국장이었습니다.
얼마 뒤 자신의 남편의 틀니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07년 5월이었습니다.
틀니를 만들어야 하는데 돈을 아껴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꼭 그렇다면 좀 불편하지만 임시틀니를 하도록 권했습니다.
치조골이 좋은데 치아는 하나도 없이 내원했습니다.
저는 총의치를 거의 만들어보지 못하고 개원한 치과의사였습니다. 60만원을 받고 최선을 다해서 상하악의 임시틀니를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post. palatal dam과 스피만곡과 윌슨 커브를 최대한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저씨는 틀니에 잘 적응했고 안도의 한숨을 저는 쉬었습니다.
얼마 뒤 1년 즈음 지나서 틀니의 리라이닝을 해주고 잊고 지냈고 아주머니는 몇개의 구치부가 조금씩 무너졌지만 근관치료만 하고 겨우 몇 개의 싱글크라운만 했습니다.
아주머니에게는 자신의 아들과 딸이 있었습니다. 이혼을 했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아주머니가 이들도 보살펴야했던 것입니다.
손자 손녀를 돌보았고 이혼한 가족을 돌보고 사업에 실패한 자녀를 돌보느라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었지만 자신의 이 치료는 뒷전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손재주가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종이로 인형을 접으시는데 상당히 다양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요리도 잘하셨습니다.
그동안 아주머니는 가게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나서 아저씨는 식도와 위에 암이 발병했습니다. 지금은 몸무게가 30여 kg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입안이 무너졌지만 최소한의 치료만 받으셨습니다. 몸무게가 줄자 틀니가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틀니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만들어주셔도 이제는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보류해 두었고 대신 아주머니의 이를 하나씩 더 만들라고 권했습니다. 아주머니의 남편 분은 위식도 쪽의 암이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치료를 받고 있었고 지금 즈음 돌아가셨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주문했던 청국장 생각이 간절했지만 주문을 못하고 있다가 어머니께서 먹고 싶다고 여동생을 통해서 전해졌습니다. 주문을 했습니다.
한 상자에 7곱 덩어리가 들어있는데 만원입니다. 5상자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하면 2주가 걸리는데 마침 만들어둔 것이 있어서 아주머니께서 가져오셨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자신의 치료는 뒤로 하고 그렇게 온 가족을 지탱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남편 분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치료를 받게 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얼마 전에 식도에 구멍을 내 흉강으로 음식이 들어가서 식사 없이 주사로만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잘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성수
희망을 주는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