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07번째
마침내 꿈을 이루다(하)
-2012년 전국 치대·치전원 학생학술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하며
<2100호에 이어 계속>
가을에 열리는 학술 대회에 괄목한 연구 성과를 가지고 나가고 싶은 마음에 개강한 후에도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내내 세포실험을 진행하였다. 우리가 밥을 못 먹을지언정, 세포 밥은 꾸준히 챙겨주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행스럽게도 학술대회 전에 세포 실험이 잘 마무리 되었고 우리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쁜 학교생활 때문에 학술대회 일정에 맞춰서 발표 자료를 만들기도 벅찼다. 우리는 컴퓨터에 능숙한 유청준 학우에게 팀에 합류하자고 제안했다. 청준이도 평소 학술대회에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우리의 제안을 수락해주었다. 피피티의 대가인 청준이는 우리가 원하는 컨셉에 맞추어 척척 피피티를 제작해주었다.
자, 이제 남은 것은 내가 그동안의 실험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영문으로 프리젠테이션을 구상하는 일이었다.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덕분에 영어회화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학술대회의 컨셉에 맞추어 아카데믹한 표현을 구사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기능성 고분자를 임플란트 표면에 적용하는 우리의 연구방법은 세계최초의 연구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프리젠테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학술대회를 위한 1년 여간의 긴 여정의 끝은 나의 발표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엄습하기도 하였다. 나는 1주일 동안 전세계 프리젠테이션 대가들의 강연을 보며 청중을 사로잡는 화술을 읽히려고 노력하였다.
학술대회 발표 전 날, 다행히 프리젠테이션의 스크립트는 완성되었지만, 밤늦게 까지 이어진 실습 때문에 완벽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연습하지 못했다. 전국의 모든 치전원, 치과대학 학생들과 유능하신 교수님들 앞에서 경희대학교를 대표해서 서는 입장이기에 반드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조금 초조하기도 했지만, 다른 어떤 팀보다도 우리 팀의 연구가 뛰어나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발표 당일, 각 학교에서 온 뛰어난 인재들이 전북대학교로 모여들었다. 유창한 영어로 발표하며 침착하게 질의응답을 하는 다른 팀들의 발표를 보면서 많이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침착하고 차분하게 하라는 권일근 교수님의 말씀에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의 연구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는 교수님께서는 발표순서 직전까지 내내 우리 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머릿속에서만 수없이 되뇌었던 발표를 이제 수많은 청중이 지켜보는 곳에서 하게 되었다. 다행히 큰 실수 없이 발표와 질의 응답을 마치게 되었고, 영예로운 대상에 우리 팀이 호명되었을 때에는 그간의 고생했던 기억들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와주셨던 수많은 분들이 떠오르면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 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비단 우리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좋은 연구 과제를 제시해주신 권일근 교수님, 우리 팀을 응원하는 소중한 경희대 43기 동기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박준봉 학장님께도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경희대학교 학생으로서, 학교의 명예를 빛내겠다고 다짐했던 입학 전 나의 포부를 달성한 것 같아 요즘 나는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년 미국 ADA 학회에 우리나라 치과대학생을 대표하여 나가게 된 만큼 큰 책임감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지금도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건물에는 우리의 대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다.
1년 뒤에 ADA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 또 다시 더 큰 현수막이 걸리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보며 이글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사이좋고 훈훈한 우리 경희치전원 43기 동기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고 남은 학교생활에서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이애나
경희대 치전원 2학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