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12번째
행복한 선택 (한)
<2105호에 이어 계속>
그 뒤 오직 한길 40년 치과의사는 나의 천직이 되었다.
뒤돌아보면 학창시절, 전공의시절, 군의관시절, 힘들었던 개업 초년병시절, 진료실에서 당황하고 힘들었던 시련들… 파란만장이었다. 그러나 한마디로 행복한 선택이었다.
40년 세월이면 10년에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데 강산이 4번이나 바뀜직한 세월이 흘렀다. 아득한 세월이다. 처음에 개업이 잘 안되었을 때 제일 불편한 게 내자에 대한 민망함이었다. 의사라고 해서 잘 나갈 줄 알고 나한테 시집을 왔는데 치과운영이 어려우니 실망할 것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술 한 잔 먹는 것도 용맹이 있어야 한다. 돈벌이가 없으니 좋아하는 술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구멍가게 앉아 노가리에다 소주 한잔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돈 못 버는 주제에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니까다.
이제는 그래도 내자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가 됐고 큰 부자는 아니어도 제법 일가(一家)를 이루었다고 자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고생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이 있겠는가. 아름다운 꽃은 그 속에 수 많은 진통, 방황, 창조의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 스스로 의사가 아니고 치과의사가 된 것도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치과 진료를 하면서 틈틈이 여가를 이용해 어렸을 적 꿈이었던 그림 공부를 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목우회 남농미술대전 등 공모전에 특선을 하는 등 작은 성과를 이루었다. 치과진료실이 나에게 든든한 여유를 주었기 때문이고 또한 회화작업과 치과진료는 서로 연관이 있으며 나 스스로 치과진료가 내 소질에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갖는 여유는 점차 더 발전하여 문학지 수필부문에 등단도 하였고 지금은 계간지에 매호 투고하고 있다. 이 또한 행복한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흐르는 세월 속에서 그냥 머물기보다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하다보면 크고 작건 간에 열매가 생기게 마련이다. 욕심을 가지고 무엇을 시작하면 힘이 들어가지만 빈 마음으로 허허실실 하다보면 어느덧 성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노력하면 향기가 생기고 그 향기는 우리들 가슴과 영혼을 맑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김동택. 그랬다지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긍정적 신념은 분명히 우리에게 성숙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치과진료실을 지켜오면서 여유를 갖고 넉넉함을 준비함으로써 나 스스로 감사한 삶을 누린다고 생각한다. 만족하고 행복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행복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치과의사라는 직업도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많다.
내 대학동기 한 친구는 얼마 전 치과진료를 접었다.
그리고 “치과를 그만두고 나니 행복하다. 치과를 그만두는 일이 내 일생에서 제일 행복한 선택이다”라고 말한다.
아이러니다.
유태영
유태영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