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게 피어나 수줍게 손짓하네
야생화 사진작가
양태철이안치과의원 원장
주말마다 ‘들로 산으로’
매년 야생화 사진첩 제작
아름다운 꽃 감상이 삶의 힐링
봄 전령사 ‘변산바람꽃’에 두근 두근
비바람과 눈, 더위와 추위를 온몸으로 이겨내고 그 자리에 올곧은 모습으로 피어오르는 우아한 자태의 야생화. 양태철 원장(이안 치과의원)은 매주 주말이면 카메라를 메고 산으로, 들로 야생화를 찾아 떠난다. 한겨울을 제외하곤 꽃을 찾아 사진을 찍다보니 개인적으로 제작한 사진첩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년 한해를 마감하면서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첩을 꾸미는 것이 한해의 통과의례가 됐다.
양 원장이 야생화를 본격적으로 찾아다닌 것은 2007년으로, 벌써 6~7년의 이력이 붙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 2500여종의 야생화 중 1000여종을 봤다. 주말에만 투자해서 하는 일이기에 아직 봐야할 꽃들도 많이 남아있어 야생화는 여전히 설렘을 주는 삶의 활력소다.
변산바람꽃. 양 원장이 좋아하는 야생화로,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 있는 산간지역의 볕이 스며드는 곳에 다소곳이 피어나는 꽃이다. 이미 남쪽에 피어있는 꽃으로 봄을 알리는 꽃이다. 겨우내 쉬어 있다가 찬 공기를 이기고 꽃이 피기 시작하니 야생하는 꽃에는 의미가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야생화를 찾아다니다보니 꽃이 ‘갑’이 되고 자신이 ‘을’이 되기도 한다. 한번은 강원도에 비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꽃을 찾아 지인과 함께 떠났다. 200mm 폭우 속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도 사진기에만 우산을 씌워 아름다운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내던 일이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주말에 꽃과 만나다보면 자연스레 재충전이 되고 활력을 되찾아 진료에도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양태철 원장은 “주말에 자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삶의 힐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힐링이 되다보니 삶의 활력소가 되고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하다보니 ‘안구정화’도 된다”며 야생화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꽃을 찾아다니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삶의 통찰력도 생겼다.
양 원장은 “야생화를 계속 관찰하다보면 그 속에 인생이 녹아 있다”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을 뿐만 아니라 삶을 관조하는 자세도 배우게 됐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눈이 오고 땅이 얼어도 그 시기가 되면 항상 꽃이 핀다. 삶도 이와 같아서 서두를 필요도 욕심을 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그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개인전을 열고, 작품집을 발간하고 싶은 작은 소망을 갖고 있다. 양 원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꽃을 찾아다닐 시기가 와 가슴이 뛴다. 남부지역에서는 2월 하순부터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고, 중부지역은 3월 중순부터 개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꽃들을 만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양 원장은 돌아오는 주말에도 카메라를 들고 꽃을 찾아 떠난다. 양 원장의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미 기자 jmahn@kda.or.kr
야생화
-한상경 作
누가 너를 야생화라 불렀느냐
잊혀진 이름의 꽃이여
작은 몸짓 절규하는 너의 침묵
뜨거운 외침 꽃잎으로 말한다.
사랑의 눈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는 꽃
너 야생화여
잊혀지는 아픔 흙가슴에 뿌리박고
이슬 눈물 머금고 기다림에 피는 꽃 야생화여
오늘도 바람부는 광야에서
마지막 남은 씨앗 대지에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