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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55번째] 반가운 재회

Relay Essay
제1855번째

 

반가운 재회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환자를 만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요.


얼마 전 이었습니다. 예전 직장 근처를 걷다 우연히 “어! 선생님!”하며 누군가 제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리둥절하여 “저…말인가요…?”하고 뒤돌아보았지요. 한 아주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네~OO치과 계시던 선생님 맞죠?” 라며 저를 아는 척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순간 너무 당황하여 “네~ 맞는데 저를 어떻게 아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저 모르세요? 예전에 OO치과에서 치료할 때 치료 도와주던 것 기억 안나시나요?”


저는 기억을 더듬으려 노력을 했습니다. 아…맞다 그분! 처음 치료 받으시러 오셔서 진단을 듣고는 제 손을 잡고 펑펑 우셨던 그분이구나.


3년 전입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한 아주머니께서 치료를 받으러 오셨습니다.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찍고, 원장님께서 구강 검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설명을 시작 했습니다. “지금 아프신 치아는 물론 주변 치아가 풍치가 심해 다 뽑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워 지셨습니다. 아마도 치료비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게지요. 치아가 너무 좋지 않아 어금니는 물론 앞니 까지 많은 치아를 발치해야 했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신 아주머니는 치과 체어에 앉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치아가 하나도 남지 않는 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젊었을 때 몰랐던 허무함이 든다’라고 하시며 너무 속이 상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치아 발치하는 것이 속상한 일이지만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왜 눈물이 난다고 하시는지 그때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드려야 하는 사람이 우리 직업이라 생각 했기에 옆에서 손도 잡아드리고 매 치료시마다 제가 담당 치과위생사가 되어 편하게 치료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1년에 걸쳐 치료기간이 끝나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저도 직장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때 나이 드는 것도 서럽고, 애들 키운다고 내 몸 망가진 게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막 나는데 그때 선생님이 내 손도 잡아주고 치료 때마다 친절하게 해줘서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라며 저를 반가워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늘 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다행이 지금까지 새로 하신 보철과 임플란트 모두 잘 쓰고 계신다는 말씀에 저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반가운 재회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저를 만났던 수많은 환자분들에게 모두 좋은 기억을 심어드렸을까? 하는 생각에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두 좋은 기억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그때 그 아버님은 잘 계실까? 그 학생은 치료 잘 마쳤을까?’하며 반가운 얼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나와 만나는 환자 뿐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사람이 되자!’


한동안 무료했던 생활에 다시 한 번 활기찬 기운이 들어온 기분입니다.

 

이유리
위드치과의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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