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 긴 장마까지
개원가 ‘한숨만 푹푹’
‘와도 너무 온다’ 방학특수 실종에 긴 장마 ‘악재’
구환 예약 취소·신환 내원까지 실종 악영향 우려
장기 불황과 치열한 개원 경쟁 속에서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장맛비마저 환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이 이어지면서 일선 개원가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22일 개원가 및 컨설팅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연일 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와 일부 지역의 도로 침수 등이 기존 환자들의 예약 취소와 신규 환자들의 내원은 물론 치과 내부의 사기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불황 국면이 고착화된 개원가에서는 “하늘이 하는 일을 어쩌겠느냐”며 애써 외면하지만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 간다.
서울 강남 지역 A 치과 관계자는 “이번 달 들어 하루 3, 4명의 환자만 오는 패턴이 지속되면서 치과 내부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은데 여름 장마까지 길어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까봐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7월 들어 스케일링, 노인 부분틀니 급여화 등의 ‘호재’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신환의 내원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흐름을 타지 못할까 걱정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동네치과’ 경영에도 긴 ‘장맛비’
실제로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늘 치과 예약을 취소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 같아서 치과 못 갔다’는 식의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강북 지역 B 치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집중호우가 정오부터 시작되면 오후 2시 환자는 예약을 취소하고 이 시간대에는 신규 환자도 거의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폭우가 내리면 건강이 좋지 않은 노약자의 경우 이동이 불편하고, 새로 내원을 해야 하는 신환의 경우 이를 미루려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의욕 상실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치과 역시 늘고 있다. 최근 하루 1~2명의 환자만 진료하는 날이 많았다는 개원의 C 원장은 “경기가 이렇게 좋지 않을 때 비까지 계속 오면 마음이 더 우울해지고 의욕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치과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방학 때면 해외 교포들의 귀국 자녀들이 다수 내원해 ‘특수’를 누린 터라 장마 전후로 좋은 기억이 많았지만 경기가 악화된 지금은 계속되는 비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반론도 있다. 사실상 날씨와 치과 예약 이행 여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동네 주민들이 주 환자라는 강북 지역 D 치과 관계자는 “날씨가 좋은 날 예약을 취소하는 비율이 오히려 높다”며 “날씨가 궂은 날은 모임이나 야외 활동보다 치과진료 등 해야 할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