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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진짜 신사?

Relay Essay 제1896번째

“교장선생님. 겨우 1년 반만에 제 아들을 이렇게 신사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영국 런던 근교에 있는 칼디코트 초등학교 교장에게 큰 아들 졸업식 날 내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 

 
“뭘요. ‘폴(Paul)’은 우리 학교 들어올 때 이미 신사였었는 걸요.”


교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양쪽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하였다.


십여년 전 어렸을 때부터 나의 큰 아들은 이렇듯 멋진 아이였다.


 그 아이가  커서 대학에 들어가고 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 왔다.


이번 월요일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고 오늘이 그러니까 토요일이니 온지 벌써 닷새째다. 하지만 도착한 날 공항에서 나에게 도착했다고 한 번 전화를 한 후 그 다음부터는 깜깜 무소식이다.


물론 바쁜 일정을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재영 한인 과학자 협회에서 추천을 받아 청년과학자 포럼에 참가 중이라는 사실을 내가 잘 안다.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가 주최하여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로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 과학도들에게 왕복 항공권과 숙식을 제공하고 고국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으로 4박 5일동안 예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므로 그다지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집에도 못 들리고 공항에서 직접 코엑스 컨벤션센터로 직행할 정도의 스케줄이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일정이 빡빡해도 전화 한통, 문자 한번 날릴 시간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몇 년 전에 제 누나도 같은 행사에 참가했지만 쉬는 시간마다 연락을 했지 않은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고 틀려도 엄청 틀리다.


더구나 공식행사는 어제 금요일 밤에 끝나지 않았는가? 일정을 마친지가 벌써 언젠데… 청주에 내려와서 얼굴을 보여주기는 커녕 어디에서 뭐하고 있는지도 알려 주지도 않고….
제 애비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내가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자 한 친구는 “박원장, 당신이 그 나이 때 부모님에게 한 것을 생각해 봐. 별 다를게 없었을 거야.”


하긴 그 만할 때 나도 그랬을 터이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서울서 학교를 다니던 나도 내 일이 있으면 까맣게 잊고 쏘다녔을테지…
하지만 당시는 지금과는 사정이 하늘과 땅차이로 다르지 않았던가! 요즘은 공중 전화가 널려 있고 영국에서 들고 온 제 휴대폰이 안되면 카톡도 있고 왓츠업도 깔려 있는데! 그도저도 안되면 친구 것을 잠깐 빌려서라도 어디에 있는지나 알려 줄수 있는거 아니야?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내내 궁금함과 초조함이 점점 더 내 마음을 어지럽혀 왔다.


‘아마 금요일인 어제 밤에 늦게 까지 마무리 행사가 이어졌을 거고 어쩌면 아쉬워서 새벽까지 흥겨운 자리가 이어졌을거야.’
‘그러다가 늦잠을 잤을테고 오늘은 토요일이니 오후 늦게야 일어나겠지…’
‘그러나 저러나 영국에서 가져온 짐도 무시 못할 만큼 많을텐데 그 걸 어떡하고 돌아다니나?’
내 머리속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한편으론 걱정, 다른 편으로는 얄미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할 바가 없었다.


그래 좀 두고 보자. 어렸을때부터 신사다웠으니 아무리 늦어도 오늘 토요일 오후 서너시면 일어나서 통화는 안주더라도 문자메시지 정도는 날려주겠지.


 정말이지 나는 예언자나 다름없나보다.
내 생각에 전혀 오차도 없이, 정확히 토요일 오후 3시 1분부터 아들 놈은 내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착한 아들인지 일단 연락을 시작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밤낮으로 그리고 새벽까지도 내 휴대폰에 문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자기가 현재 어디에서 무엇하고 있는지를 아래처럼 꼬박 꼬박 나에게 문자로 알려 주는 것이었다.


[현대카드]-승인 박다인님 32,000원 (일시불) 포메인강남점
07/07 오후3:01
[현대카드]-승인 박다인님 18,000원(일시불) 나비도꽃이었다
07/07 오후 5:30
[현대카드]-승인 박다인님 14,000원 (일시불) 민들레 영토
07/07 오후 7:08
[현대카드]-승인 박다인님 27,000원 (일시불) 티바두마리치킨
07/08 오전 3:08


박정용 그린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