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남쪽, 천불동 기슭에 골짜기가 있다. 땅이 후미지고 그윽하며 물은 맑고도 얕다. 층암이 절벽처럼 서서 우뚝하고, 흰 구름이 골짝을 메워 영롱하니 또한 아름다운 곳이다.
학문을 익혀 남을 이롭게 살고자 했던 주자의 백록동 서원을 의식하고 백운동이라고 했으며 백운처사 이담로(1627~1701)선생의 별서가 있다.
특히 이곳은 제주 정의현 최초 과거급제자 오정빈의 스승 신명규(1618~1688), 영의정을 지내고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라는 약천 남구만(1629~1711), 대사헌과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창계 임 영(1649~1696), 겸재 정 선(1676~1759)과 사천 이병연(1671~1751)의 스승인 삼연 김창흡(1653~1722), 다산 정약용(1762~1836), 초의선사 의순(1786~1866) 등 조선시대의 저명한 문사들이 즐겨 찾아 많은 시문을 남겼던 공간이다.
다산 정약용은 1812년 가을 월출산 아래 백운동 원림에 놀러 와서 하루를 묵었다. 돌아간 뒤에도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잊을 수 없어 재차 초의 의순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3수의 시를 지어 붙였다. 이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백운동 원림은 원래의 모습을 잃고 황폐했다가 최근 백운첩에 근거하여 복원되었다. 다산이 이곳의 경관을 사랑하여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백운동 원림은 영원히 사라질 뻔했다.
백운동 별서는 대단히 짜임새가 있는 구성을 이룬 원림이며,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배합된 배치를 이루고 특히 유상곡수는 민간 정원에서는 보기 드문 예이며 그 가치가 높다.
다산이 초의선사로 하여금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였는데 월출산 구정봉의 서남쪽의 옥판봉. 동백나무 오솔길인 산다경. 일백 그루의 홍매인 백매오. 세 칸의 초가집인 취미선방. 모란을 심어 놓은 화단인 모란체. 계곡을 건너 별서로 들어설 때 집 앞의 푸른 절벽인 창하벽. 소나무를 심은 정유강. 시냇가 양편의 단풍나무인 풍단. 정유강 옆에 세운 작은 정자인 정선대. 계곡을 건너기 전의 홍옥폭. 계곡물을 집안으로 끌어들여서 상·하지를 되 흘러 나가게 한 유상곡수. 집 오른편의 무성한 대나무 밭인 운당원 등이다.
특히 백운동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 등과 함께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조선 중기 선비들의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산보의 담양 소쇄원에 이어 잊혔던 전통 별서 하나를 되찾아 보게 돼 기쁘다.
나만의 백운첩을 만들어 보는 것도 이곳을 찾아 즐기는 멋진 방법일 것이다.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감상을 적어 친구들과 나눈다면 그것이 바로 백운첩이 아니겠는가?
월출산 남쪽의 천불동 계곡에는 월출산 경포대를 배경으로 월남사지와 탑, 조계종의 2대 종주인 진각국사 혜심의 비각, 확 트인 월출산 다원, 선각왕사 형미대사비와 우리나라 벽화의 자랑인 무위사는 이 계곡을 올 때마다 새롭고 왠지 얻어가는 듯한 마음을 갖게 한다. 또 조선 중기 선비들의 마음을 엿볼 수가 있어 즐겁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천불동 계곡은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와 월하리에 있다.
김병태 광주 대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