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가지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당시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잠겨있던 우리 국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이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국립 고궁박물관에서는 ‘천국의 문’ 특별전이 열렸다. 전시에서는 피렌체 두오모 성당과 세계 3대 박물관인 바티칸 박물관 등이 소장한 도나텔로, 귀도레니 등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한 90여점이 전시됐다. 이들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과 위로를 건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 몇 점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14세기 흑사병은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사망케 하고 원나라의 멸망을 불러왔다. 또 유럽으로 전파돼 전 유럽 인구의 1/3이상이 사망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도시 전체가 흑사병으로 폐허가 돼버린 곳도 있었다고 하니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그로 인해 종교의 허무함을 느끼게 됐을 것이다. 그 후 흑사병이 다시 유럽을 강타했는데 처음 흑사병이 왔을 때보다는 피해가 작았다. 이를 무사히 극복한 것을 기념하고 로마 가톨릭의 재건을 위해 르네상스의 고향인 피렌체 정부에서는 피렌체의 수호 성인인 세례자 요한 산 조반니 세레당 청동문제작을 공모해 기베르티(1378~1455)와 브루넬레스키(1377~1446)의 작품이 경합해 최종 기베르티가 선정돼 무려 21년(1403~1424)이 걸린 끝에 28면의 북문을 제작했다. 북문을 훌륭하게 만든 피렌체 정부는 다시 기베르티에게 구약의 10면 동문 제작을 맡겨 27년(1425~1452)에 걸쳐 만들었다. 높이 7미터, 무게 6톤의 청동대문이며, 천지 창조, 노아의 방주, 다윗과 골리앗 등 구약성서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처음에는 ‘믿음의 문’이라 불렸으나 르네상스시대의 조각 건축 회화의 성인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가 보고서 감탄하고 “천국의 문으로서도 손색없다”라고 말한 이후 ‘천국의 문’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 이탈리아 피렌체 조각가인 도나텔로(1386~1466)의 ‘예언자’라는 작품이 전시됐다. 도나텔로는 초기 기베르티의 청동문 제작에 관여했고 미켈란젤로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대표작으로는 막달라 마리아 상, 다비드 상, 카타멜라다 장군의 기마상 등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그는 평생의 주군이며 후원자인 코시모 데 메디치가의 가족 성당에 묻히게 된다.
귀도레니(1575~1642)는 바로크 시대의 화가다. 그의 작품 ‘성 마태오와 천사’라는 작품도 왔다. 그런데 귀도레니의 대표작인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화’에 얽힌 사연이 있다. 베아트리체 첸치(1577~1599)는 14살 때 친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 못 이겨 가족들과 모의해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발각돼 가족 모두가 사형에 처해 졌다. 귀도레니가 죽기 전 베아트리체 첸치의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이 없고 평온한 아름다움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나중에 프랑스의 문호 스탕탈이 이 작품을 보고서 환각이나 정지된 상태가 되었다 해서 ‘스탕탈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작품이 한국에 올 것도 기대해 본다.
지금 꽃의 도시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박물관은 휴관 중이다. 90여점의 작품이 경복궁의 고궁박물관에 전시 중(2015년 1월 14일까지)이기 때문이다. 두오모 성당의 박물관이 내년 상반기까지 휴관이라고 하니 우리가 지금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전시를 위해 유근상 이탈리아 유물복원대학교 총장이 주선을 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자긍심과 함께 유럽 역사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와 한국 수교 130주년 기념,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이번 ‘천국의 문’ 전시회를 함께 관람했던 분들이 전 치협 선배님들이어서 기쁨이 배가 된 것 같다.
김병태 광주 대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