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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룡유회(亢龍有悔)

기고

세상에 태어나 배우며 자라서 사회의 기관차 역할을 한 다음, 나이 들면 후진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인간이다. 따라서 역사는 세대교체의 기록이요, 정치가 원활한 세대교체와 인류 보편적 가치의 증진에 기여한다면, 이는 허업(虛業)이 아니라 인류사회에 대한 값진 봉사다.

반대로 정통성 없는 집권은 값비싼 사회적비용을 치른다. 영조의 52년 장기집권은 자식을 뒤주 속에서 굶겨 죽이는 사도세자의 비극을 불러왔고, 평양 20대 애송이의 3대 세습은 피의 숙청과 폭압통치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합의나 선출과정을 건너 뛴 신군부는 사회혼란은 물론 훗날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탐욕으로 출발한 정권도 최소한 ‘반면교사’라는 기여는 남겼고, 적어도 세대를 거스르는 악수(惡手)를 두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임이 현직을 좌지우지하려는 악수는 예외 없이 실패하는 것이다.

정권의 정점에 선 대통령은 최고급 정보와 통치수단을 독점한다. 그 눈에 취임을 앞둔 후임자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 때는 자신의 ‘초짜’시절을 상기하라.

못 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태산 같아도 이미 자신의 소임은 끝났으니, 미련 없이 입 다물고 물러나 후임자의 출발을 도와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봉사인 동시에 자신의 업적을 곱게 마무리하는 길이다.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의 철학이다.

자고로 시위라 함은 요구가 정상적으로 관철되지 않을 때, 문자 그대로 위세를 과시하는 의사표시다. 연도(沿道)의 시민들, 특히 매스컴의 관심을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불법시위나 공권력의 파괴를 꾀하는 불순분자의 존재가 의심되면, 수사기관은 이를 색출하려고 기자를 가장하여 채증(採證) 사진을 찍는다. 파파라치 같은 도촬(盜撮)이지만, 선량한(?) 시위자에게는 오히려 옥석(玉石)을 가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1인1개소 법 관철을 위한 1인 시위 중에 협회의 도촬 문제가 대서특필(?)되고 협회장이 사과했다. 한참 웃었다. 부끄러운 불법시위가 아니라면 더 많은 사진촬영과 보도는 시위자의 희망사항 아닌가? 문제 삼은 쪽이나 사과한 쪽이나 도매금으로 코미디언이 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하여 관련기관은 제발 조용히 있어달라는 주문이고, 집행부 일부에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어, 의견이 분열되었다 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전임 집행부의 입김이라든가, 차기 선거를 의식한 돌출행동을 의심하는 소문도 떠돈다.

진위를 떠나 속으로야 박 터지게 싸우든 말든, 집행부에서 대외적으로 두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다. 아니, 최초의 선거인단 선거가 과열되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고, 직선제가 되면 더 흔하게 발생할 마찰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전문직 단체의 소위 언론이 ‘집행부 추대’니 ‘야권후보’같은 부적절한 정치용어로 과열을 부추긴 탓도 있다. 이번에 나온 “협회의 불법 도촬”이니 “회장 탄핵 움직임” 같은 유도 성 기사도 절대로 좌시하면 안 된다. “회원의 기명(記名) 의견”을 인용한다면 모를까, 회원(유권자)이 아닌 기자가 함부로 쓸 말이 아니다.
 
교육감도 1인 시위를 하는 한심한 세상에서, 회원으로서 명분이 정당한 시위는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공적으로 활동하는 협회임원으로서, 시위가 이사회의 뜻과 다르다면, 자신이 양보함이 옳다. 토론은 이사회 안에서 끝내야 한다는 말이다.

집행부에게 부담이 될까봐 되도록 치과계 이야기에 말을 아껴왔으나, 언론에 오가는 난맥상을 보며 한마디 올린다. 후진의 도전은 미래를 약속하는 신선한 활력소요, 선배의 조언은 길을 잃지 말라는 충고다. 거기까지만 하고 끼어들지는 말자.

협회가 분열되면 주무부서가 얕보고 국민이 불신하며 불량(?) 회원만 살판난다.
게도 구럭도 잃은 치과의료 업의 장래는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철중  치협 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