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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설렘

Relay Essay 제2095번째

수능과 입시지옥이라는 길고 긴 동굴을 끝내 탈출한 나는 대학교 새내기로 오티, 동아리, 엠티, 미팅 등의 새로운 대학교 문화의 홍수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즐거운 일 년을 보낸 것 같다. 일학년을 마치고 이학년이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새내기 생활 내내 어느 자리에서나 가장 활기차게 쫑알거리면서 분위기메이커로 주도적이었던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며 나는 종종 지금의 내 모습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던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피식 웃곤 한다.

어렸을 때 치과의사이셨던 어머니는 치과 개원을 하셔서 매우 바쁘셨다. 따라서 나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에 자랐다. 나이가 많으셔서 몸이 좋지 않으셨던 그 분의 영향으로 나는 사람들과의 접촉 없이 집에만 있기 십상이었고 따라서 점점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아이가 되어갔다. 뒤늦게 들어간 유치원에서는 체육시간이나 합창대회에서 조차 행여 남들이 나를 볼까봐 혹은 말을 걸까봐 무서워서 목석처럼 가만히 서있기 일쑤였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어머니께 아이가 심각하게 내성적이라고 걱정하실 정도였다.

나의 이런 성향은 중학교에서도 계속 되어서 한 두 명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수줍고 무서워서 대화하기도 어려워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TV 속 걸그룹이 정말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대중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뭐에 홀린 듯이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의 소극적인 생활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절박함 때문이었던 걸까 나는 무작정 댄스스쿨을 찾아갔다.

댄스스쿨 수업은 그동안의 나로서는 당연히 벅찼다. 무거운 화장을 한 언니들이 현란하게 몸을 흔들고 있었고 가뜩이나 수줍음 많고 춤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댄스스쿨 가장 구석자리에서 살짝살짝 따라하는 게 다였다. 그러나 TV에서 본 걸그룹 언니들의 자신감 있는 미소를 나도 얻어 보겠다는 나의 굳은 다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구석자리에서 꾸준히 춤을 따라서 추다보니 실력이 늘었고 선생님께서 하시는 스스로를 뽐내는 민망한 동작들도 뻔뻔하게 해가면서 동작도 점점 커지고 자신감이 붙었다. 수업 횟수를 거듭해 갈수록 나는 조금씩 앞줄로 가서 춤을 췄고 표정도 점점 당차지고 밝아졌다. 더불어 음악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동작들을 표현해내면서 굳이 말로 표현 하지 않아도 댄스스쿨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공감대를 쌓고 소통하고 하나 된 따뜻하고 친밀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 얻은 자신감과 따뜻함은 점차 학교 친구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편안함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화룡정점으로 나는 장기자랑에 나갈 기회를 운 좋게 얻었다. 장기자랑날 춤을 추고 난 후 무대에서 아이들의 따뜻한 격려의 박수와 응원의 눈빛은 나에게 가슴뭉클한 감동 그 자체로 다가왔다. 그날을 계기로 나는 그동안 나로 하여금 아이들을 불편하게 여기고 도망치게만 하고 나를 가두었던 굴레를 집어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한걸음씩 나는 점점 발전해서 고등학교 때는 3년 내내 회장을 할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가 되었다.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을 자신감 있게 마치고 나는 치과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는 바뀐 내 모습을 통해 친구들과 좀 더 잘 지내고 자신감 있게 생활 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한 거에서 그쳤다면 대학교에 와서는 더 나아가 내 미래의 직업 치과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인 환자분들의 아픈 곳을 잘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것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서 더 흐뭇했다. 춤을 통해 시작하고 발전시키게 된 타인과의 소통 능력은 나의 인간관계의 풍족함과 일상의 행복함과 더불어 미래에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 기본 자세에도 좋은 초석을 제공해주는 것 같아서 더욱 기쁘고 뿌듯했다.

나는 아직도 오년 째 댄스스쿨을 다니고 학교 댄스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백댄서 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냐 라고 하기도 하며 또 공연 2주전부터 밥도 안 먹고 연습하는 나를 보며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이미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나로서는 더 이상 춤이 필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외롭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나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춤이라는 친구는 출 때마다 장기자랑 때의 가슴 벅찬 감동으로 또 나에게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준 고마운 친구들의 따뜻함으로 나에게 또다시 다가와 주는 것 같기에 나는 아직까지도 이렇게 춤에 열심인 것 같다.

이유민 단국치대 예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