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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스펙트럼

2016년 2월 20일 토요일 새벽 6시 24분.
등산 약속이 있는 토요일 아침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깨운다.
아니 연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미 양쪽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 전기가 나간다.
수건에 물을 적셔 가족 모두 코와 입을 막게 하고 연기가 가장 적은 방에 있게 한다.
밖은 이미 아수라장인 듯 하다.
출입문을 열려고 하나 열리지 않는다. 문도 이미 뜨거워져 있다. 복도로는 나갈 수 없을 듯 하다.
사다리차가 오려나… 모여있던 안방에도 연기가 들어오는 것 같다. 연기가 가장 덜 들어오는 방으로 옮긴다.
눈이 아프다 한다. 물안경을 찾는다. 스노클링 물안경을 모두 쓰고 입을 막고 있는다.
이웃에게 전화하여 밖의 상황을 물어본다. 2층에서 시작된 불은 점점 잡히는 듯 하다고 한다.
크게 불이 번질 상황은 아닌듯 하지만 연기 때문에 탈출해야 할 것 같다. 사다리차를 기다려야 하나… 이미 소방차는 여러대 출동하여 있다.
소방관님들이 출입문을 두드리며 다닌다. 불길은 잡힌듯 하다. 안에 있다고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 하니, 문을 열라고 한다. 한 분 들어오신다.

아이들까지 5명이 있는 걸 확인하시고 대원들이 더 들어오신다. 아이들에게는 보조 마스크를 씌워 산소를 공급해 준다.
대원들과 함께 탈출한다. 옷과 신발을 준비하고, 혹시 몰라 카드와 자동차 키도 준비한다.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다른 라인까지 혹시 몰라 대피중이다.

주말 새벽의 하루 에피소드일 줄 알았던 화재는 실제로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열로 인해 창문도 깨지고 앞뒤 창틀 또한 망가졌으며, 집에는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로 3주가 지난 지금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아이들 개학이라 급하게 근처에 집을 얻어 임시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화재로 인해 고생 중입니다. 설 연휴를 껴서 2주 가까이를 호주에 다녀왔는데 그 이야기를 할 겨를도 없이 화재만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은 “불조심”은 아닙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접촉 사고가 난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건물에서 연기가 나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계획한 것,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계획대로만 살아진다면 저는 지금 미국에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내 인생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이 수년동안 제 머리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인의 삶, 일상은 쳇바퀴 돌듯 반복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 와중에 무언가를 계획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저 또한 열심히 살면되지 뭐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그 열심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은 철이 늦게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미성숙한 너무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서일까요?

내가 결정할 수도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나의 인생에 대해서 끊임없이 수정하지만 계획을 세워 나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무 계획 없이 무의미하게 살자 라던가, 어짜피 알 수 없으니 현재를 즐기자는 쾌락주의는 아닙니다.

점심에 뭐 먹을지 고르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속에서 무엇을 우선해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지조차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인생은 속도 보다 방향”이라는 말 처럼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라도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