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국민 모두를 웃고 울게 만든 드라마 ‘응답하라 1998’. 이 드라마에서는 어릴 적부터 함께 뛰놀던 5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필자 또한 매주 금요일 밤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응답하라 1998’의 애청자였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드라마를 보며 스마트폰도 없고 컴퓨터도 발달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모여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던 옛 추억에 잠긴 적이 많았다.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만큼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감이 크기 때문에 옆에서 항상 마음 편히 곁을 지켜주었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또한 커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연세대학교 원내생 총대를 맡고 있는 지금, 필자를 포함한 졸업반인 60명의 동기들 모두 임상practice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환자의 내원부터 마지막 치료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하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본인의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공부와 임상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일과시간에는 병원 로테이션에, 진료 보느라 바쁘고, 일과 후에는 환자 볼 준비를 하느라 학교에 남아 여러 과제와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 모든 걸 계획하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또한 대표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동기들에게 쓴 소리, 싫은 소리 등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보니 어느 순간 동기들과 거리감이 느껴지게 되었다. 학창 시절 내내 붙어 다니던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렌즈’들도 하나 둘씩 사회생활을 하느라 바빠 연락이 뜸해 고독감, 외로움은 점점 더 커져갔다.
이런 감정은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공통으로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더 성공하려는 경쟁의식 속에서 우리 모두는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방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필자 또한 ‘친구들도 나처럼 바쁘니까 괜히 방해하면 안되겠지.’, ‘동기들도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쁜데 나도 내 할 일이나 해야지.’ 생각하며 본인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 삶이 고달프고 지칠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결국 해결책은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바빠도 식사할 시간, 잠시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할 시간은 있지 않은가? 지금의 우리 자신을 있게 해준, 웃고 울며 늘 본인 곁에 있어줬던 친구들, 동기들이 문득 생각난다면 잠시 바쁜 일상의 시계를 멈춰 두고 친구에게, 동기에게 전화 한 통 해보는 건 어떨까. 수화기 너머 친구가 무슨 말을 하든 ‘보고 싶다고…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친구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치과의사 선배님들, 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모두 4년 혹은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동고동락한 동기들, 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베스트 프렌즈들에게 안부문자 한통 보내며 ‘고맙다! 친구야’라고 말해보길 바란다.
한우진 연세치대·치전원 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