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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저만 불편한가요?

스펙트럼

어젯밤에도 고등학생 아이는 굳게 닫힌 방안에서 뭘 하는지 언제 자는지 알 수가 없다. 중학생 때는 감정의 기복만 보이더니 고등학생이라고 핸드폰을 장만해 주자마자 이성 친구부터 사귀어 학원이 끝나고 들어올 시간에도 소식이 없다. 기분이 좋을 때는 웃음소리가 하늘을 찌르며 ‘오바’하다가 갑자기 침울해 져서는 ‘불러도 대답 없는 당신’이 된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엄마는 어리둥절하다.

이 와중에 엄마는 먹어라, 먹어라, 빨리 자라, 빨리 자라며 같은 소리만 반복하니 식상한 아이의 귀에는 우이독경이다. 잘 먹어야 에너지도 생기고 키도 쑥 쑥 클 텐데, 젊은(?) 그들은 건강을 과신하며 MSG의 맛만을 선호한다. 빨리 자야 다음날 피곤하지 않게 일어나고 학교에서도 안 졸릴 텐데 아침잠이 그리도 많으면서 가볍게 엄마 말을 무시한다. 낮에는 종일 헤매다가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 해 지며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한다. 그 시간에 이미 늙은 엄마는 기운이 빠져 귀가한 아이에게 갈 감시의 눈길을 거둘 수밖에 없다. 혹시 일부러 저러는 건가?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왠지 조심스러워서 굳게 닫힌 아이 방문은 두들기지도 못한다. 참는다.

다음날 아침, 여러 번 깨워서야 일어나서는 늦겠다며 차로 데려다 달라고 태연스럽게 요구한다. 엄마는 꾹 참아왔던 아이에 대한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며 현관 앞에서 자연스럽게 공중 부양하는 스스로를 느낀다. 결과는 2단 발차기다.

이렇게 시작하고 나면 아이는 어떨지 몰라도 엄마는 엄마 된 죄로 진료를 하면서도 하루 종일 자책을 한다. 불행히도 내 아이도 거의 다르지 않아 위와 유사한 일들이 일상다반사다. 사춘기… 이 설레는 시절을 나도 겪었다. 그런데 왜 아이는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지….

뇌 과학에 따르면 사춘기 시절에 뇌하수체가 팅팅 부을 정도로 성장호르몬, 난포 자극 호르몬, 황체 자극 호르몬(이 와중에 남성 호르몬은 도대체 어디서 분비되는 거야?)이 활발하게 분비 된다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 야한 동영상을 즐겨 보게 된다. 또한 대뇌 피질이 아주 왕창 리모델링된다고. 그래서 정신이 혼란하여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아이가 비정상처럼 보인다. 잊어버릴 수 없는 걸 잊어버리고 잃어 버릴 수 없는 걸 잃어버린다. 한마디로 인간이 아니라 한 마리의 금수(금수저가 아님. 짐승이라는 뜻)다. 아이는 이런 혼란이 스스로도 힘겹다. 엄마의 이성적 따짐이 버겁기 때문에 대화는 무슨, 문을 잠그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뒹군다. 이 때 정신적 완충지대가 충분했던 아이는 대뇌피질을 100배, 200배 넓혀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을 조직하여 일을 시키는 사람이 되고 불충분했던 아이는 시키는 일만 잘 하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또한 기분 안정물질인 세로토닌 농도는 혈중에서 널뛰기를 한다. 도대체 평안한 기분이라고는 언제 느껴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기분이 처지면 거의 우울증 환자다. 숲 산책? 그 지루한 걸 왜? 게임을 할 때면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쨘!하고 분비되어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먼 산등성이에 동이 터오면 맞다, 숙제가 있었지,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그런데 자료는 없고 교재는 학교에 두고 왔네! 하며 자신과의 대화를 한다.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오직 그것만이 중요할 뿐.

언젠가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아이가 괜히 내게 심한 욕을 해댄 적이 있다. 그때는 학부모 교육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약효^^가 남아있는 때라 우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어야지 하면서 ‘네가 안하던 욕까지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많이 상하긴 했구나’라고 말했다. 이때 표정도 온화하게 지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화가 나서 표정 따로, 말 따로 였다. 들은 체 만 체 하고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간 아이. 방문을 차고 들어가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려니 그렇게 시간이 천천히 간 적이 없었다. 피곤한 몸으로 그래도 필사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며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한 서너 시간 후 아이가 나와서 내게 ‘제가 욕해서 죄송해요’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진심인줄 알고^^ 꼭 껴안아 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 ‘라면 먹어도 되요?’다. 그래, 발달 심리학에 따르면 ‘어림’이란 ‘이기성’이라고 했지. ‘단순함’이라고도 한다지. 결과를 논리적으로 예측할 능력이 없기에 현재 상황을 넘기는데 급급하여 거짓말도 잘하지.

중요한 것은 우리 어른들 모두 그런 단계를 거쳐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구리 올챙잇적 잊지 말고 잘 기다려 주어야지 하고 오늘도 되 뇌인다. 다음부터는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배운 대로 잘해봐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도를 닦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입속으로 다시 연습해 보는 말, ‘너의 정상적인 성장을 기쁘게 생각한단다, 얘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안나  서울 로고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