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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와 대의원총회

기고

국민투표와 브렉시트

영국이 국민투표 결과 EU 탈퇴를 선택하였다. 투표율 72%에 탈퇴 52.1%라는 의외의 결과로 캐머런 총리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났다. 과거 독재자들이 국민투표를 즐겨 이용한 이유는, 현직 프리미엄으로 통상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례를 보더라도(1975년 EC 잔류 찬성표가 67.2%), 설마 탈퇴는 없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세계1위의 금융업이 휘청거리며 외국기업이 떠날 기미가 보이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뒤늦게 후회하며 재투표를 요구하는(Regrexit) 목소리가 높다. 노인들이 자신의 미래결정권은 훼손했다고 원망하지만, 25~34세의 38%는 탈퇴(Brexit)를 찬성했고, 65세 이상에서 39%는 잔류(Bremain)를 택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청년·노인을 막론하고 모두 분노의 폭발(Breakout of Wrath), 막말로 “홧김에 서방질한 꼴”인데, 폭발시점만 투표 전과 후로 달랐을 뿐이다. 노인들은 화려했던 대영제국(British Empire)의 황혼을 지켜본 향수(鄕愁)와, 영국이 자존심을 굽히고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 신청을 했을 때(EU 前身, 1961) 오만한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무려 12년을 기다린 수모(受侮)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늘 그러하듯 브렉시트가 무엇인지 별로 관심이 없었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일부 정치인의 그릇된 정보에 속았다기보다, 잘 몰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브렉시트 과정에서 가장 잘못된 일은 국민투표 그 자체요, 국민이 현명하다는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생업에 바쁜 국민이 어느 세월에 자료를 찾아가며 비교·연구를 하나? 바로 그런 일을 대신해달라고 정치인을 뽑는다. 브렉시트처럼 국가 장래가 걸리고 복잡하게 얽힌 중대한 문제라면, ‘선출된 엘리트 집단’이 연구·고민·토론으로 중지를 모아 소신 있게 “방향을 정한 다음”, 이를 알기 쉽게 정리하여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이르러, 잘 이해하는(Well-informed) 국민을 상대로 비로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고차방정식보다 어려운 국제정치와 경제사회적인 이슈를, 심층 해설 없는 OX 문제로 국민에게 떠맡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치과의사전문의

치과전문의제도는 1961년 국가고시 당일 반대 회원들의 실력행사로 무산되었다 한다. 1999년 8월 임시총회에서 ‘소수정예 안’이 상정되었고, 이를 위하여 당시 의장이던 필자는 물론, 모든 수련경력 선배들이 응시자격을 포기하여 통과되었다. 그래도 개원가의 혼란이 걱정되어 ‘표방금지·타 과목 진료금지’ 등 이중 삼중의 추가 안전장치를 시도하다가, 이들 조항이 위헌·헌법불합치의 판정을 받자,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금년 1월 30일 임총에서, 5개 전문과 신설과 학생·미 수련자 경과조치를 결의하였다. 총회마다 결의안이 다르면(소수정예와 경과조치는 모순), 면허(독점적 권리) 허가권자인 복지부가 수용하기 곤란하다. 사실 ‘가정치과전문의’라는 용어는 한 세대 이전부터 나왔다. 단순한 슈퍼 GP가 아니라 첫째 미 수련자의 탈출구, 둘째 개원가에서 주치의, 셋째 병원 급 이상에서 교통정리 내지 대외(對外) 상담·홍보기능 등 장점이 많다. 가정의학 전문과는(Family Medicine) 의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과인데, 가정치의학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반대논리는 어색하다. 첫째 치과에 15개 전문과가 망라된 전례는 있는가? 둘째 Advanced라면 상급치과요, 통합치의학을 직역하면 Total·Comprehensive Dentistry로, 상위개념이 되어버린다. 정신과·방사선과가 세련된 이름으로 바뀌는 판에, 치과계의 기대주인 신설과에, 의사회와 발맞춘 이름을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 6월 16일 임총을 사흘 앞두고 전·현직 의장단 회의가 있었다. 지부장회의 요구로 열린 1월 임총에서, 5개 전문과 신설 안이 과연 ‘준비된 의안’이었는지 물었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과는 수련기간이 몇 년이고, 치험 예는 모두 몇 건(상악동 거상 100예·골 이식 200예 등), 수련 지도의사는 정원 + - 몇 명이고, 경과조치로서 구강외과·치주과·보철과 경력자는 추가로 심화수련 1년(성형외과는 처음에 일반외과 + 1년이었다)이라든가, 따위의 계획안은 필수요, 수요예측도 필요하다. 대답을 듣지 못했다. 주무부서 입장에서 이미 2010년부터 자격증이 발급된 통합치의학과 말고는 ‘연구·검토’이상의 회답을 해줄 수 있을까? 배척이 아니고 의안은 살아있으니 앞으로 보강하고 재촉구하면 된다. 특히 인화성 높은 임플란트나 긴급성이 낮은 과목은 보다 깊고 넓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반년이 못되어 다시 임총을 열기보다, ‘보고서·보강계획안’으로 대체할 수는 없었을까?

대의원총회

미 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에는 추가논의가 필요하다. 전문의 문제는 법적으로 수련경력자만의 문제다. 회원 반 이상이 병원근무자인 의사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전문의의 성격을 Board Man, Specialist, Exclusive 세 측면에서 살펴보자. 보드맨은 전문과 평의원들이 주관하여 시행하는 심사조건을 충족한 자다. 전문인은 자타가(면허와 무관하게 의사와 환자) 인정하는 용한 의사요, exclusive는 단일과만 진료한다는 선언이다. 보드 맨이 꼭 exclusive일 필요는 없으나, 가능하면 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진정한 전문의다. 대체로 경과조치는 예외조항이요 예외란 적을수록 좋으나, 꼭 필요한 예외라면 ‘단일 의제’로 토론·결의하여,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옳다. 경과조치는 기본적인 대전제임에도 불구하고, 애매하게 ‘끼워 넣기’로 한 구석에 들어가 있으니까, 중요한 사항이면서도 도매금으로 배척당하기 쉽다.

6·19 임총의안 중 1안은 복지부가 배척한 것이 아니고, 2안의 ‘의결안 재확인’은 군더더기이며, 제3안 특별위원회 신설은 꼭 총회에 올려야 할 사안 같지 않다.

 의장 산하의 위원회에 집행부가 인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도 무리요, 그 결과물은 의장의 총회 직권상정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니까, 창설에서 운영·상정까지 변칙으로 가자는 얘기가 된다. 반년 동안 2회의 임총을 포함하여 대의원총회를 세 번이나 여는 것이 잘못은 아니나, 5개월 전 의결안의 ‘재확인’도 이상하고, 이를 부결시킨 것은 더 이상하다. 협회장 직선제가 실시되면, 지자체 장의 ‘포퓰리즘’이나 ‘선출직 독주’라는 병폐가 그대로 재현될 우려가 있어, 대의원총회의 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사업계획과 예산심의, 감사기능과 결산보고 등 총회일자의 복수(複數)화와 소위원회 구성 논의가 필요하다. 그중에 국회의 법사위처럼 상정안을 심의·여과하여 다듬을 장치도 심각하게 연구하자. 정답을 원한다면 ‘문제부터’ 제대로 만들어야한다. 문제에 방향성이 없으면, 가결되어도 수습이 어렵고 부결되면 더욱 헤매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명확한 치료목표(Treatment Goal) 대신에 문제점(Problem List)만 죽 나열해놓고, “이 문제 좀 풀어주세요”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브렉시트처럼 위정자들의 골치 아픈 고민을 일단 국민투표에 맡겨놓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 철 중 치협 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