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겨울이 끝나고 더위가 시작되기 전 까지의 짧은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봄이다. 이른 비바람에 빨리 져 버린 벚꽃을 아쉬워하자 철쭉과 영산홍이 이어 피어나고 있다. 주말이면 인근 공원에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겨우내 메말라 있던 산도 천천히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얼굴에는 즐거움이 깃든다. 고달픈 일상의 피로를 잠시 떨쳐내고, 먼지가 물러난 따스한 봄바람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잠시 잊을 수도 있다. 이 좋은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구나…. 사랑하는 이들과 항상 함께 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이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질병으로, 사고로, 또는 시간의 흐름으로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면 남겨진 이들의 슬픔은 타인이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 병력 청취를 위한 상담을 할 때, 괴로운 통증이 이런 슬픔과 함께 시작된 경우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배우자, 부모, 형제, 그리고 자녀…… 눌렸던 슬픔이 다시 솟구치듯이, 의사의 ‘언제부터 아프셨나요?’라는 질문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진료실에 조용하고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어 놓을 때가 자주 있다. 주로 음원사이트의 명상음악 카테고리의 음악들을 선택하는데 바람 소리, 숲 소리, 또는 파도 소리에 잔잔한 음악이 스며들 듯 흐른다. 호흡이 길고 느린 음악을 통해 긴장과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진료를 보는 의사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방법이다. 바쁜 날은 음악을 틀 생각도 못 할 때도 있고, 일에 집중할 때 음악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조용한 음악 소리와 맑은 파도 소리가 들리면 그에 맞춰 나도 모르게 긴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도 말 그대로 ‘숨 돌릴 새’를 만들어 줄 수가 있었다. 방학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병원을 찾는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턱관절장애 진단을 위해 오는 환자들 중 특히 수험생이 많은데, 이 악물고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 수험생에서 벗어나 시간이 나서 그동안 아프고 참았던 통증을 치료하고 싶어 온 학생 모두 지친 얼굴로 의사와 만난다. 학년이 올라가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오고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턱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꽤 있다. ‘
사랑과 배려가 함께하는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어느새 끝나가고 있다. 매년 이 시기쯤 되면 하는 말이지만 올해만큼 격정적인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치과계도 많은 일이 있었고 의료계도 많은 일이 있었다. 사회 전반을 돌아봤을 때 참 많이도 서로 싸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이의 일을 법리적 해석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서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하고 일반화시키려는 일을 많이 한다. 그 결과 피해자는 더 늘어나고 사람들의 불만은 더 커진다. 그냥 넘어가면 될 일을 왜 키우냐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런 말을 하는 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했을까? 예전에는 통용되던 일이 지금은 안 듣는 경우도 많다. 과거의 향수 속에 젖어서 ‘그 때가 좋았지’하며 살아가다가는 현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치과 진료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환자에게 정말 의사가 ‘알아서’ 치료하다가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의사중심의 상담이나 질병중심의 상담보다 환자중심의 상담이 우선시되고 그에 따른
지난 9월 16일 ‘대한심신치의학회’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심신장애로 인한 환자를 치료함은 물론, 치과의사를 비롯한 치과종사자들이 본인들 스스로가 건강한 상태에서 치과를 방문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기 위한 목적’으로 모여 이 학회의 창립을 동의하고 준비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학회에 관심을 보이고 참가하고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참여하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그리고 학생들을 보며 ‘우리들의 마음’에 대하여 말하는 목소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구강내과 전문의로 턱관절장애 환자나 안면통증, 비치성통증, 심인성통증과 같이 원인을 하나로 지정하기 어렵거나 만성화 되는 경우가 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오다 보니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만성화 중 심리적 문제가 생기는 환자들을 만나는 경우들이 많고 사회가 복잡해져 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러한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통의 환자들 보다 우울, 불안 증상이나 분노, 편집 경향을 보이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의사의 긴장과 에너지 소비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말 한마디부터 표정 하나, 손짓 하나까지 신경 쓰고 긴장하며 그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또한 집중한다. 만성통증 환
유례없는 폭염 속에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건강에 위협을 받은 올 여름이다.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아파서’ 또는 ‘불편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다. 직접적인 통증과 기능시 발생하는 불편함 등 신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를 가지고 오는 사람까지 저마다 이유도 다양하다. 치과의사가 통증의 원인을 찾을 수 있어 환자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의 불만을 키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치과의사는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근거가 충분하고 안정성 있는 치료를 행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치료방법에 의해 증상이 개선되는데 간혹 가다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이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를 만나면 치과의사는 당황하거나 난감해진다. 왜 이 환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일까? 어떤 이유일까? 치료 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왜 이 환자는 하필 우리 병원에 왔을까? 등 많은 생각과 고민 속에 치과의사는 괴로워진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100인 100색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며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신체적 조건과 정신적 요인, 사회적 배경을 가
2018년이 어느새 절반이 지나갔다. 더위와 장마로 올라가는 불쾌지수에 여름 바람에도 물러가지 않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가뜩이나 지친 사람들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사람 마다 각자 사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다 보면 날씨라는 환경 요소는 모두에게 비슷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격변하는 국가 상황과 국제 정세, 크고 작은 정책 변화와 사회 현상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보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의 삶’은 달라지는 것도 같지만 그리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혼자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다 보니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갈등의 요소는 사람 사이에서 생길 수도 있고, 개인의 내면에서 생길 수도 있다. 풀어 낼 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풀리지 않는 갈등과 고민을 품고 있다 보면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보며 후회하다 우울해지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하며 화가 나기도 한다. 때로 그 ‘화’는 ‘
이례 없던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 붙었다 조금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옛 말이 되어 버리고 영하 십몇도나 내려가는 이런 날씨에 어떻게 살아가나 싶기도 했지만 그 또한 몇 차례 반복되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지기도 한다. 하루 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달력이 한 장 넘어가 있다. 어느 틈에 1월이 흘러가 버렸을까? 새 해가 시작되었으니 이런저런 다짐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한 달 훌쩍 넘어갔다. 2018년을 처음 맞이하며 세웠던 계획은 어디까지 이루었을까? 2018년 치과계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과목의 치과전문의가 늘어났고 치과보험급여의 확대가 예상되는 등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변화가 치과의료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치과’하면 ‘치아’만을 생각하던 시대와 달리 현재 치과의사는 ‘치아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진료를 하고 있다. 소아와 성인에게 발생하는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부정교합, 악안면기형, 턱관절장애, 저작근장애, 구강점막질환, 타액선질환, 치과수면장애 등 구강안면부 전반에서 발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은 현대 사회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60세가 되면 마을에서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60세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음을 보여준다. 의학의 발달과 식습관의 변화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사회활동기간을 늘려 놓았기에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며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병원에 방문한다. 치과는 음식을 섭취하고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치과의사는 많은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살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치아와 치주조직, 구강점막, 타액, 턱관절 등 구강안면부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환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증상도 점점 다양해진다. 충치나 치주질환 뿐만 아니라 턱관절장애, 구강점막질환, 구강건조증, 입냄새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검사 및 치료시 환자와 의사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입 안을 필수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흡연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문진표의 흡연 여부에
병원으로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는 어딘가 아프거나 어딘가 불편하거나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내원 당시 경험하고 있는 통증이 있는 경우, 과거에 경험했던 통증에 대하여 알고 싶은 경우, 통증이라고까지 말 하기는 애매하지만 뭔가 불편함이 있는 경우 등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병원에서 진단과 검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나 그 해답을 환자가 납득할 수 없거나 환자의 기대와 다른 경우도 있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만족스럽지 못하다거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도 있다. 진료실에서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들은 만족스러운 진료와 치료를 받은 많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불만족을 드러내는 환자들도 만나게 된다. 그 불만족의 시작이 어디부터인지 추적하려면 기억과 환자기록들을 되짚어가며 고민하게 된다. ‘어디부터 잘못 된 것인가?’, ‘잘못 된 것이 맞나?’, ‘내 진단이 잘못 되었나? 치료가 잘못 되었나? 그럴 리가 없다.’ 등 많은 생각이 잔뜩 찌푸린 환자의 얼굴을 배경으로 흘러 갈 지도 모른다. ‘통증(Pain)’에 대하여 국제통증학회(ISAP: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