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6살 꼬마 아가씨가 치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치과 오기를 무서워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오돌오돌 떨며 울던 꼬마 아가씨. 진료실에 들어오기 싫어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흔드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지영아! 치료 받아야지”라고 타일렀다. 바로 그때 한참을 울던 아이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획 돌리며 엄마에게 소리쳤다. “지영이라 부르지마! 강아지라고 불러!”살짝 미운 6살 꼬마 아가씨의 말에 아이를 쳐다보고 있던 나를 비롯한 치과 직원들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4년이 지난 며칠 전 그 꼬마 아가씨가 치과를 다시 방문했다. ‘강아지’라 불러달라며 울고 있던 아이의 얼굴은 그 때 그 얼굴 그대로였지만 키는 한 뼘 반 이상은 큰 것 같았다.얌전하고 수줍은 미소로 치과로 들어서던 꼬마 아가씨 ‘지영이.’ 지영이와 눈을 맞춘 나는 “지영아, 선생님 기억해? 그때 우리 지영이 치료 잘 받아서 토끼 인형 만들어줬는데~ 기억해?”라고 물었다. 지영이는 누가 토끼인형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토끼인형을 준 것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4년 전 치료를 안 받겠다고 울고 떼를 쓰고, 화를 내던 그 때의 지영이는 어디가고, 밝게 웃으며 스스로
사람은 생각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 기분과 환경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 취미가 있다는 것은 반복적이고 똑같은 환경을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든다. 같은 환경이라도 내가 어떻게 그 환경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참 좋아한다. 나의 생각대로 무형의 것에서 유형의 것으로 완성되어 가는 걸 보면,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어릴 때는 십자수를 해서 열쇠고리나 핸드폰 줄을 만들었고, 도장 조각이나 테디베어를 만드는 등 참 여러 종류의 만들기를 해왔던 것 같다. 결혼 전 신랑의 방에는 내가 만든 인형들이 살고 있었고, 지금은 대학교수가 된 동기는 10년 전 내가 만들어줬던 고무도장을 얼마 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또 중학교 동창 녀석들은 내가 만들어 나눠준 십자수 열쇠고리를 색이 바랜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다. 막상 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인터넷에 보면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선물 1위-정성이 가득한 십자수” 라던데, 내가 선물한 10명 중 단 1명 이라도 그걸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관하고 혹은 추억한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주부가 되더니 나의
작년 10월 크로아티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이야 ‘꽃보다 누나’라는 방송 덕에 크로아티아가 유명해졌지만 우리가 크로아티아를 가기로 결정한 것은 ‘선택의 불운(?)’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처음 신혼 여행을 체코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큰 가스폭발이 일어났고, 어쩔 수 없이 터키로 결정했더니 벌룬투어 열기구가 떨어지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어쩔 수 없이,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 조마조마 크로아티아로 결정.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크로아티아는 아무 일이 없었다. 지금에야 크로아티아와 관련된 많은 여행 서적이 출판되었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중간정착지로 잠시 머무는 여행객 정도이지 크로아티아만 다녀오는 여행객은 흔치 않아 여행 정보는 한정되어 있었다. 크로아티아에 다녀온 결혼 선배들의 블로그나 까페 등에서 어렵사리 정보를 수집해 우리는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를 코스로 잡았다. 여행을 다녀온 뒤 ‘꽃누나’를 보고 우리가 제일 놀라고 어쩜 저럴까 했던 점은 배우들이 크로아티아의 음식을 먹지 않고 숙소에서 한식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아의 음식들은 한국 음식과 꼭 닮았다. 소고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