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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

Relay Essay-제2033번째

사람은 생각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 기분과 환경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 취미가 있다는 것은 반복적이고 똑같은 환경을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든다. 같은 환경이라도 내가 어떻게 그 환경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참 좋아한다. 나의 생각대로 무형의 것에서 유형의 것으로 완성되어 가는 걸 보면,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어릴 때는 십자수를 해서 열쇠고리나 핸드폰 줄을 만들었고, 도장 조각이나 테디베어를 만드는 등 참 여러 종류의 만들기를 해왔던 것 같다.
결혼 전 신랑의 방에는 내가 만든 인형들이 살고 있었고, 지금은 대학교수가 된 동기는 10년 전 내가 만들어줬던 고무도장을 얼마 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또 중학교 동창 녀석들은 내가 만들어 나눠준 십자수 열쇠고리를 색이 바랜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다. 막상 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인터넷에 보면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선물 1위-정성이 가득한 십자수” 라던데, 내가 선물한 10명 중 단 1명 이라도 그걸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관하고 혹은 추억한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주부가 되더니 나의 ‘만들기’는 더욱 다양해져 요즘은 쨈, 치즈, 수제 청들을 만들고 있다. 30대가 되면서 주부가 된 지인도 늘어나니 내 선물이 예전보다는 인기가 좀 더 있다. 먹고 없어지긴 해도 먹는 순간 모두 행복하니 그거면 되는 듯 하고, 사실 없어져서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치곤란인 선물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을 수밖에 없다. 설사 돈을 벌지 않아도 기분은 매우 좋다.
조사 및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혐오하는 일을 매일 해야 한다는 것에서 생긴다고 한다.
대학을 처음 졸업하고 나서 협회에서 사무직 일을 하다 늦깎이로 임상에 나와 가장 힘들고 걱정했던 것이 진료실 업무였다. 재미는 있었으나 3년차에 임상경력이 없어 약간 부끄럽기도 했고 자존심도 상해서 몰래 몰래 남아 연습도 하고, 치과전문지에 나오는 진료 어시스트 과정을 몇 개나 듣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꽤나 나의 업무를 능숙하고 책임감 있고, 즐겁게 즐기게 된 것 같다.

열심히 어시스트하며 환자들을 치료하면 깨져나가거나 사이가 벌어졌던, 보기 싫게 변색되었던, 치아가 없어서 보기 흉했던 치아들이 치료 받기 전 보다 훨씬 예쁘게 보이니 좋아하신다. 그때 꽤 뿌듯하다. 스케일링이나 소소한 진료 어시스트에도 이런 감정이 생기니 원장님은 완성된 보철물을 환자에게 끼워드릴 때 환자가 원장님 손을 잡으며 감사하다, 예쁘다, 마음에 든다 할 때 정말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실 것 같다.

우리는 가끔 꿈 속에 그리던 직업이 살아 있는 악몽이 돼 버린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인생에서 거의 40년 넘게 직업을 갖게 되는 데 자기가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보람을 찾지 못한다면 그처럼 불행하고 비참한 것은 없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다. 어떤 직장을 다니든, 무엇을 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보람과 즐거움, 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우리 치과에서 현재 몹시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권혜리 약수연세치과의원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