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얘기 따위 들어본 분이 별로 없겠지만, 사실 난 좀 딱한 처지의 소년이에요…라는 폴 사이먼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The Boxer>를 처음 듣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살며시 토닥이듯 기타 인트로가 시작되어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려는 찰나, 속삭임 같은 노래가 들려온다. 졸리고 힘든데 막상 누우면 걱정 때문에 잠은 안 오던 어떤 밤, 망연자실 책상에 앉아 할 게 얼마나 남았나만 자꾸 세어 보던 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말을 꺼냈다간 울어 버릴 것만 같아서 차마 소리 내어 묻지도 못한 내 질문에 니 맘 다 안다는 듯 상냥하고 따스한 대답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했고, 랄랄랄라 랄랄라 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부분에선 심지어, 설령 내가 원하던 그 대답이 아닐지라도 고개를 끄덕여 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노래가 끝나자 마음속의 어떤 문 하나가 딸각 하고 닫히면서 찬바람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훈훈해져 오는 느낌과 함께, 욕심을 거두고 남은 시간 동안에 가능한 것만 차분히 해야겠다는 마음의 정돈이 따스한 고양이 한 마리처럼 내 품에 안겨왔다. 본과 2학년 때 동기들과 함께 트리오로 이 노래를 불러 축제 때
동아일보에 멋진 美食칼럼을 쓰고 계신 석창인 선생님의 추어탕에 관한 글에서 아버님이 낚시를 좋아하셨다는 얘길 읽다보니 새록새록 옛 생각이 나고 말았다. 초등학교 내내 나는 아버지를 따라 한 달에 두 번 씩은 일요일 새벽 4시경 집 근처 낚시점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전국 저수지를 돌며 낚시를 다녔다. 버스에 같이 탄 낚시꾼 아저씨들이 몇 학년이냐는 등등을 물어보셔도 눈만 내리깔고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낯가리고 숫기 없는 나 같은 딸을 아버지가 왜 몇 년간이나 낚시터에 데리고 다니셨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사실 의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세월이나 낚으려’ 엄마를 번번이 일요과부로 만들어 놓고 가시는 낚시였건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벌어지곤 하는 숨 막히는 계측 끝에 1~2cm차이로 대어 상을 놓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다음 주엔 최신형 일제 릴낚시 대를 새로 사서 再起(?)를 노리시는 아버지가 엄마에겐 불가사의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이율배반이요 자가당착이라고 쏘아붙이는 엄마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외할머니는 “벗어나고 싶다는 것까지야 맞는 얘기지. 그러려고 해도 안 되는 거 아니냐! 언제나 기를 쓰고 이기려 드는 본성을
1968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TV로 보았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는 올리비아 핫세는 다시 봐도 역시 천사 같았다. 회갈색의 그 커다랗고 동그란 눈이 올려다 볼 때면 그만 이 쪽은 무슨 일이든 부탁 받은 대로 다 해 주고만 싶어질 것 같았다. 이 영화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는 덕분에 그만 줄리엣의 화신이 되어 버려서, 훗날 모든 줄리엣 역할의 배우는 올리비아와 얼마나 비슷한가를 겨루어야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한 송이 장미가 피고 지듯이/젊음도 미모도 곧 시들고/한 때의 사랑이 왔다가는 사라지지/죽음이 곧 우릴 잠재울 테고/결국 우리 삶을 지배하는 건 큐피드라네… 캐플렛 가의 연회에서 미성의 청년이 ‘젊음이란 무엇인가?’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가면을 쓴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수를 둘러싼 손님들 사이를 돌며 서로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카메라가 어지러울 정도로 같이 돈다. 장미도 젊음도 사랑도 사뭇 속절없이 스러져 간다는 느낌을 실감할 만큼 5분이 넘도록 돌고 또 도는 이 장면은 설령 무덤 속의 셰익스피어가 봤다 해도 틀림없이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원작에 충실한 대사와 청춘의 가장
밤이면 환하게 조명이 켜진 메이지 진구 구장이 어스름한 숲속에 불시착한 UFO처럼 동그랗게 내다보이는 숙소여서 이번엔 직접 구장까지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진구 구장 외야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가끔씩 날아오는 장타들을 바라보던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하루키를 흉내 내어 동경에 갈 때마다 가긴 가지만 사실 내게 그런 결심이란 생겨도 고민이고 안 생기면 답답할 뿐, 그저 거기서 야구가 계속된다면 아직 내 속의 무언가가 완전히 막이 내린 것은 아니라는 증거쯤으로 우겨보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루는 짱구가 뛰어 놀 것 같은 유치원 담벼락에 사람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나팔꽃이 가득 피어있는 미나미 아오야마의 골목길을 걷다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동경주부들 틈에 끼어 핫케익을 먹었다. 옆 테이블의 수다라 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니 생각할 것도 없고 단지 좀 시끄러울 뿐이다. ‘난 빠질테다.’ 라는 이 Detachment의 경지야 말로 여행이 주는 묘미겠다. 해야 할 말이라면 분명하게 말하겠지만(Commitment), 굳이 내가 끼어 들 주제가 아니라면 빠져 있겠노라는 입장을 무척이나 나이스하게 표현하는 작가 하루키는 한
지난 일요일에는 5월에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오스타펜코가 코리아오픈에서도 우승을 했고, 두산 베어스가 마침내(일시적일지 몰라도) 2017 KBO 시즌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프로 테니스건 프로 야구건 달의 뒷면만큼이나 나완 거리가 먼 세상일텐데 엉뚱하다고 여기실지 몰라도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 혹시나 4강에서 탈락하면 오스타펜코가 일요일의 결승전엔 못 나올까봐 ‘안전하게’ 토요일 경기를 보러 방이동 올림픽 공원 테니스코트까지 갔다. 스타는 스타인지라 센터코트에는 엄청난 가을 햇살과 더위에도 불구하고 7,000명 정도의 많은 관중이 운집했다. TV로 볼 때 오스타펜코가 실수하고 시무룩해 하거나 득점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늘 바라보는 이가 과연 누구인지 궁금했었는데, 짐작대로 코치를 겸하고 있는 엄마였다. 내내 선글라스를 끼고 애써 ‘뭐, 이젠 담담해요’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온 몸이 풍기는 긴장된 분위기는 ‘담담할 리가 없지요’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범실이 거듭되어 흥분하면 게임 사이에 엄마코치가 코트로 들어와서 오스타펜코를 다독이고 하이파이브를 해 주고 나갔다. 그러고 나면 태엽 감은 인형이 오똑 서듯 스무 살의 딸이 기운차게 스트로크를 하
어릴 적 이따금씩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엄마 선배의 아들들 얘길 해 주시곤 했다. 엄친아 두 대학생이 여름방학인데도 책상 앞에만 있자 엄마가 토마토를 썰어놓고 대청으로 불러냈다. 둘이 마주앉아 토마토를 먹는 걸 보며 흐뭇해진 엄마가 돌아앉아 빨래를 개기 시작한지 10여분 쯤 지났을까? 등 뒤에서 두런두런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토마토 즙만 남은 걸 서로 마시겠다고 아들 둘이 접시를 쥐고 옥신각신하는 소리였더란다. “공부만 했지 세 살짜리나 마찬가지라니까.”라는 한탄과는 안 어울리게 그 분의 얼굴에 가득하던 뿌듯함이 너무나 부러웠다는 것이 매번 엄마 얘기의 결론이었다. (늠름한) 자식은 壯士의 수중의 화살이니, 전통에 화살이 가득한 복된 장사는 성문에서 원수와 말할 때에도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는 성경말씀이 이어졌고 이내 우리 자매는 (제대로 로딩이 된 화살이라도 된 기분으로) 슬그머니 TV앞을 떠나 책상을 향하곤 했었다. 이제 와서 엄마의 훈육법을 왈가왈부 할 마음도 없거니와 토마토마냥 시큼 쌉싸름한 느낌만 남은 줄 알았는데, 오늘 저녁엔 랜덤 타임슬립 드라마처럼 기억 전체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화살이 가득찬 전통이 어디선가 날아와 내 앞에 툭 하고 떨어지듯이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경우에 심한 단계의 치매는 묘사하기 여러 가지로 곤란하여, 중기 무렵이 그 한계라고 한다. T.S.엘리엇이 일찌감치 간파했듯 너무나 사실적인 것에는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일까. 나중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해 지고, 개인생활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운영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가급적 그 발병과 진행을 늦추어야 고령사회의 고단함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하는 신경과의사와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제약회사들이 관련되어 치매관련 위험을 부풀리는 느낌이라고 누군가가 말하자, 그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지만, 수 만년의 진화과정을 통해 인류가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위험 가능성이 클수록 원래보다 과장되게 지각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해결 혹은 예방법 강구가 되겠다. 지금 아무리 젊은 당신이라 해도 이 해결노력에 동참하는 일부가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타이밍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중증의 치매로 급속히 진행되지 않도록 약물 치료 등이 가능하다는
여름에는 저녁을/마당에서 먹는다./초저녁에도/환한 달빛./마당 위에는/멍석/멍석 위에는/환한 달빛./달빛을 깔고/저녁을 먹는다… 시인 오규원이 찬탄했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부쩍 선선해진 날씨와 더불어 한번 뭉치자는 ‘번개’ 제안들이 들려온다. 다시 그리움의 시절인건가.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소년 정약용은 장원급제 후 정조대왕의 규장각 초계문신이 되었다. 정조대왕은 신하들의 사직상소 초고를 미리 보여 달라고도 하고, 좀처럼 우아한 문장을 못 만들어 내는 신하의 경우엔 아예 대신 써주기 까지 했으며, “경의 생각이라고 하면서 이 인물들에 관해 이조판서와 상의하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인사문제의 막후 지시를 비밀 서찰로 내리기도 했던 개혁적이면서도 몹시 깐깐한(소위 에고가 강했던) 왕이었다. 그런 임금이 업무상 실수로 충청도로 유배된 신하를 열흘 만에 다시 불러올릴 만큼 총애했을 정도의 탁월함이란 과연 어떤 경지였을까. 본래 10년 예상으로 시작한 수원화성 공사를 단 34개월에 끝낸 것만 보아도 (유형거니 거중기니 하는 기구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 멋진 점들은 별도로 하더라도!)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한편으론 마당에 가득한 매화며 금잔화, 살구나
출근길 라디오에서, 백로까지 패지 않은 벼이삭은 잘 영글기가 힘들고 쭉정이가 된다고 하네요. 심어만 놓는다고 끝이 아니란 것쯤이야 짐작했지만 알곡이 되기 위해서는 이삭 패는 시점까지 맞춰야 한다니 그만 좀 뭉클해져 버렸습니다. 그 때 왜 선배님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이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옛 생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남산의 긴 터널을 지나니’ 병원이었습니다. 아직 백로이니 눈이 왔을 리는 없구요(하하). 여기까지가 이 편지를 올리게 된 내막입니다 라고 말씀 드려봤자 어리둥절해 하시긴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만. 그해 여름, 제가 선배님 병원에서 일인지 걸리적거리기인지를 하게 된 것은 실로 여러 가지 우연들이 교차된 결과였습니다. 뭐든 멋있지 않을 바에야 그냥 안 해 버리고 말겠다는 뒤늦은 사춘기를 겪는 중이던 저는 여름방학 동안만이라도 일손이 되어달라는 선배님 말씀을 차마 거역할 수 없어 출근은 했지만 마음은 완전히 콩밭-철들고는 결코 해 본 적이 없는 무위도식을 제대로 한 번 해 보고 싶다는-에 가 있었습니다. 그 날 사랑니 발치를 할 선배님 환자 한 명이 약속을 취소 한 걸 미처 모르고 어시스트가 소위 ‘밥상’을 차려놓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작년 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포시즌스 호텔이 원장실 창 밖 동아일보 사옥과 파이낸스센터 사이로 그 날렵한 옆모습을 뽐내고 있다. 당시는 물론이고 요즘도 바라볼 때 마다 등이 선뜻해 지는 상념이 찾아온다. 그래 봤자 공중에 딥마인드, 빅데이터 클라우드, 딥러닝 소프트웨어 그리고 구글 같은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그저 막연한 근심걱정 쪽에 가깝지만. 나름 머리를 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인공지능이라면 좀 예민해 진다. 뭐, 이 9단이 듣는다면 껄껄 웃을 얘기일지 몰라도. 그가 알파고의 활약에 실로 눈부신 스파링상대가 되어 준 덕분에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 수술, 원격 진료 등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축적해 놓은 어마어마한 국민의 건강관련 데이터까지 (정치권이나 관료의 은밀한 개입 정도가 변수일 수 있지만)분석, 활용되어 종내 어떤 형태로든 의료산업의 큰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체계가 확실히 잡혀있는 분야일수록 그 완전성이 오히려 굴레가 되어 변화로 가는 발목을 잡곤 한다는 대목에서 만큼은 그렇다면 우리 의료는 여전히 매우 불완전한 시스템이니까…라며 짐짓 우기고 싶
영국 BBC가 ‘아시아를 휩쓴 군대 로맨스’라고 보도했던 드라마<태양의 후예>의 원작이 재난현장에서 분투하는 의사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인류애를 그린 ‘국경없는 의사회’란 메디컬 드라마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주인공 유시진과 서대영은 (당연히)의사였고 군의관으로 나왔던 윤명주는 간호사였다. 진도 8.3의 강진이 발생한 우르크에 급파된 긴급구호 의료팀을 여의사 강모연이 아니라 신의 손을 가진 천재 외과의사 유시진이 이끄는 시놉시스로, 군인으론 생화학 무기를 둘러싸고 우르크 지역 갱단과 싸우는 유엔 평화 유지군이 나올 뿐이었다고 한다.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주제의식이 우수하고 소재도 특이했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오랫동안 드라마 화 되지 못하다가 멜로를 강화하고 주인공을 의사에서 대한민국 육군 특전사 장교로 변경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김은숙 작가가 가세하여 원작자인 김원석과 공동집필한 대본이 완성되었다. 자연스레 주제도 ‘국경 없던’ 인류애에서 국가론과 연관된 휴머니즘으로 변했다. 멜로를 가미하자는 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이 의사인 것보다 특전사 장교인 것이 시청자들에게 더 어
야구가 약간 일찍 끝난 일요일 저녁에 이리저리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야생의 오소리를 찍으려고 가파른 산기슭에 촬영 팀 두 명이 카메라와 자신들의 몸을 숨길 은신처를 만드는 장면을 보았다. 관목수풀 뒤로 간신히 두 사람 앉을 만큼의 평평한 곳을 만들어 나란히 앉아서는 이따금씩 소곤거린다. 이러고 며칠을 기다려도 오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지요? 초보의 질문에 한동안 머뭇거리던 고참이 말한다. 그런 생각은 안 해. 틀림없이 나온다고 믿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 오소리는 오게 되어있으니 난 기다리다 찍으면 되는 거다… 이런 자세가 아니면 다큐는 못 찍어. 단 5분도 견딜 수가 없어. 정말이야. 아주 큰 병에서 막 회복된 사람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연약하게 반짝이는 생기 같은 것이 잠깐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순간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의 그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닌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자기가 갈 곳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저런 표정. 애들 학부형 모임에서 알게 되어 내게 치료도 받고 가깝게 지내던 분이 하루는 병원으로 찾아왔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내내 망설이다 결국 꺼낸 사연은 하긴 딱 이만큼의 사이에서 의논하기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