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인레 호수 인근 마을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외국인을 볼 수 있는 관광지를 벗어난지 한참이 지난 터라 바쁘게 다닐 일도 없어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매일 친절한 미소와 소박한 음식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식당이 있었다. 어느 날 식당 주인이 약간은 들뜬 미소로 내게 제안했다. 양곤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집에 왔는데, 그 아이는 영어를 매우 잘하니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식당주인의 아들이자 양곤 대학생은 그 청년은 어머니의 말처럼 영어를 매우(!!) 잘하지는 못했지만, 다음날 가까운 소수민족 마을 둘러보는 동안 나의 일일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맑고 따뜻한 햇빛 아래 조용하고 작은 마을들을 걸었다. 작은 집들 앞 마당에는 제철을 맞은 파파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청년의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는 마을 아주머니는 마당에 열린 파파야를 따서 큰 칼로 서걱서걱 썰어 내주었다. 가이드가 되기엔 수줍음이 많은 청년과 말 없이 마을 길을 걷다 보니 작은 학교가 보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은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서고 있었다.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은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 여성의
유라시아 대륙 북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 한국 여행자가 많이 찾는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아일랜드를 여행한 사람은 아일랜드의 매력에 빠져 언젠가는 다시 아일랜드를 찾게 된다고 한다. 영화의 한 장면같은 버스킹 공연, 위대한 작가들의 소설 속에 나오는 거리들, 기네스 맥주와 음악이 넘쳐흐르는 아이리쉬 펍, 거친 대자연과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아일랜드이기 때문이다. 음악, 자유롭고 낭만적인 뮤지션들의 천국 영화 ‘원스 Once’는 아일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가 한국에 처음 개봉한 2006년에는 ‘버스킹’이라는 말조차 생소했지만, 더블린 거리에서 주인공들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주옥같은 음악은 많은 이들은 설레게 만들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버스킹을 하던 곳이 바로 더블린의 크래프튼 거리이다. 크래프튼 거리에서는 항상 수준 높은 뮤지션의 버스킹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이다. 영화 ‘원스 Once’를 사랑했던 사람이 더블린에 간다면 거리 곳곳에서 영화 속 장면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아일랜드의 서쪽에 위치한 골웨이는 아이리쉬 문